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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여체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몸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놀랄 정도로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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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여체를 좋아한다. 그래서 수많은 시간을 벗은 여체를 찾는 데 보내고, 어떻게 하면 벗은 여체를 접할 수 있는지, 그 여체와 섹스를 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그런데 그 몸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놀랄 정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 탐하는 여체는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한다. 그들을 낳은 엄마도, 그들의 여동생이나 누나도, 그들의 여성 친구도, 인구의 반이 생리를 한다. 그 생리혈이 나오는 기관에 그렇게도 자신의 성기를 집어넣고 싶어하면서도, 그 기관이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생리에는 정말 충격적으로 무지하다. '여자도 절정할 때 사정' 이딴 건 어디서 한 번 주워들은 걸 성경처럼 믿으면서, 생리통 심하다는 말은 직접 겪는 본인들이 그렇게 말해줘도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김훈이라는 작가가 쓴 단편 소설의 생리 묘사를 봤다. 웃겨서 말도 안 나온다. 이 사람은 나이를 지긋이 먹은 사람이고, 여자와 분명히 사귄 적이 있을 것이다. 생리에 대해서 글을 쓸 거면 그에 대해서 알아보기라도 했을 것 같은데 이 사람이 묘사하는 상황은, 실제로 생리하는 여자들 입장에서는 그냥 미친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이 사람뿐만이 아니다. 수백 수천 시간의 포르노를 보고, 어떤 체위로 어떻게 어떤 여자와 성관계를 하고 싶은지, 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그 수많은 남자들이, 임신에 대해서는 노관심이다. 이들에게 여체는 그저 그들의 욕망을 채울 도구로 존재한다. 사람으로 본다면 정말 저럴 수가 없지 않나.

아프리카의 고아들이 굶어 죽는 데 관심이 덜한 건 이해한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멀게만 느껴지니까. 하지만 여성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 몰카로 보고, 포르노로 보고, 지나가면서 훔쳐보고, 꼬시려고 노력하고, 자기네 말 그대로 "나 여자 좋아해!" 라면서, 어떻게 그렇지?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여체의 주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 어떻게 죽어가는가엔 관심이 없다. 여성들 취업이 힘들다고 하니까 공대 가라고 한다. 이공계 졸업생들도 취업이 힘들다고 하니 이꼴이 난다. 여자는 왜 군대 안 가냐고 한다. 실제로 군대에서 버텼던 피우진 중령은 '나의 적은 남군이었다'고 하지만. 아이를 안 낳는 이기적인 어쩌고 하면서, 아이를 낳은 여자들에게는 맘충의 낙인이 기다리거나, 열심히 일하면 뭐하냐 관둬라 한다. 그 수많은 성범죄에 대한 정부발 성교육은 이따위다. 삼 일에 한 번씩 여성이 죽는다고 해도 약육강식의 사회가 어쩌고 헛소리를 지껄인다. 삼 일에 한 번씩 군인이 상관에게 맞아 죽는다면, 삼 일에 한 번씩 초등학생이 선생님에게 맞아 죽는다면, 그래도 약육강식 어쩌고 할 건가? 그래, 모든 범죄를 멈출 순 없겠지. 하지만 살해당하는 여성은 보통 남친, 전남친, 남편, 그 외 면식범에게 당한다. 분명히 패턴이 있고 스토킹만 심각하게 받아들여도 줄어들 테지만 그런 뉴스에는 또 관심이 없다.

나 여자 좋아한다고, 난 벗은 여자 몸을 좋아하고 그 몸과 섹스하는 걸 좋아하니 여혐 아니라고 말하지 마라. 구역질 난다.


위암에 걸린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체력을 키우며 위암과 싸웠다. 그러다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다리에 힘을 줘 페달을 밟을 때마다 공기를 가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아버지는 사랑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당하는 딸의 출퇴근을 돕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자전거와 멀어졌다. 딸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딸은 자전거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딸은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운동을 못한다고, 그 좋아하는 자전거와 멀어졌다고 미안해 했다. 스토킹이 끝났구나 싶었을 때, 딸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오랜만에 운동 좀 하고 와. 이제 별일 없을 거 같아."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 쪽으로 달렸다. 꽃 피는 4월이었다. 강을 따라, 공기를 가르며, 앞으로 질주했다. 숨이 트이고, 가슴이 뻥 뚫리고, 시야가 넓어졌다. 온 세상이 다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날 아침, 딸은 살해됐다.

(출처)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