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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건 1년' 많이 변했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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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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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건,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더 이상 '메갈' '멧돼지' '꼴펨' 소리 듣는 게 무섭지 않아졌습니다. 사진을 퍼나르며 '돼지' '오크' 어쩌고 조롱하는 이들을 진심으로 한심하게, 그리고 짠하게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우르르 푸닥푸닥 쿵쾅쿵쾅'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분란 조장하느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에 반응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댄다는 소리 들으면서도, 이젠 지겹다는 소리 들으면서도 계속 반복했습니다. 이건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남자를 잘못 만나서, 능력이 없어서, 노력하지 않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 결혼 안 한 '김치녀'를 욕하면서 육아는 엄마 몫이고 사회와 회사가 알 바 아니고, '맘충'들 꼴 보기 싫으니 면상 치우라는 사회 잘못이라고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메시지를 외치는 다른 여성분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포털 뉴스의 댓글란이 약간이라도 변했고 페이스북에서도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누구인지 왜 그날 거기에 있었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모두가 그였을 수 있었음을 깨닫고 아파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처음으로 깨어난 이들도 많았습니다. 우리 정말 많이 참고 살았구나, 이거 진짜 거지 같구나, 이렇게 같이 공유하는 수많은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대선주자들이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시늉이라도 했습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던 분이 대통령에 당선되셨습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부르는 여성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많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소라넷은 없어졌지만 또 다른 야동 사이트 회원이 백이십만명이었다죠. 그 사이트를 닫았다지만 몰카 문제는 아직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예능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외모가 주되 유머 소비거리이고, 여성 비하와 디스는 아직도 쏟아집니다.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지만 '메갈'을 영입했으니 탈당하겠다는 이들도 넘쳐났습니다.

가난한 남자들이 몰카 보는 것도 안 되냐는 식의 노래가사를 아직도 실드 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신문기사는 **녀, $$녀 헤드라인이 넘쳐나고, 성범죄의 포르노화도 여전합니다.

아직도 삼일에 한 번씩 여성은 살해당합니다. 남친과 남편과 그 외 가족에게 신체적인, 성적인 폭행을 당합니다.

아직도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이들이 넘쳐나고 군대 문제 해결 전에 여권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이들만 수백만입니다. 대학교의 대자보는 찢겨나가고 성폭행을 고소한 이들은 무고죄로 형을 선고받습니다. 경력 단절은 여전히 문제고 아빠들은 여전히 업무에 억눌려 아내를 독박육아로 몰아냅니다. 고등학생들이 '김치녀' '맘충' 욕을 하며 대학생들의 단톡방에서는 여전히 성희롱이 넘쳐납니다. 강간 모의를 하고 대놓고 여성비하를 하는 사람이 대선후보로 나와 20% 넘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이만큼 변했으니, 앞으로는 더 크게 변할 거라 믿고 기대합니다. 함께, 더 강하게. Stronger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