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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가 되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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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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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장보고 밥하고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재우고 깨우고 차리고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고 치우고 빨래하고 장보고 하교하면 학습지 시키고 잔소리 해대고 씻기고 재우기를 수만 번 반복해도.

- 미용실 가야 하는 거 몇 주 지나 머리가 지저분하다. → "엄마가 그런 거 신경 안 쓰냐?"

- 아이가 손톱 안 깎은 지 좀 돼서 시커멓게 때가 꼈다. → "엄마는 뭐하냐?"

- 일 년 만에 훌쩍 커서 소매가 좀 짧아졌다. 새 옷 사줄 겨를이 없었다. → "엄마 신경 안 써주시나 보네."

- 반찬 챙기고 교복 챙기고 숙제 챙겼지만 준비물 하나 까먹었다. → "역시 맞벌이 집 애들은 표시가 나."

- 일주일 내내 집에서 해 먹이다가 하도 졸라서 맥도널드 갔다. → "요즘 엄마들 애들 건강 하나도 생각 안 한다."

- 둘째가 아파서 벌써 연차 내고 병원 다니다 보니 큰 애 학교에서 부르는 건 못 갔다. → "이래서 맞벌이 엄마들은 민폐임."

- 애가 학교에서 싸웠음. → "엄마 전업임? 집에 있으면서도 뭐하냐? 이래서 여자는 애만 끼고 살면서 사회 경험이 없으면 안 됨. 아, 엄마가 맞벌이야? 애가 저 모양이면 집에서 애 교육이나 제대로 시킬 것이지 얼마 번다고 나다녀서 애를 저 모양으로 만들어?"

'엄마'로서 요구되는 그 수많은 일을 매일같이 해내다가 작은 거 하나만 잘못 해도 '쯧쯧'이 들린다. 애들 머리가 좀 길어도 쯧쯧. 애들 옷이 좀 후줄근해도 쯧쯧. 운동화가 더러워도 쯧쯧. 집에서 책 많이 안 읽혀도 쯧쯧.

물론 이걸 다 클리어 하면 칭찬 들을 것 같지? 꿈도 야무지네. 다음 퀘스트는 살림.

집안이 지저분하면 욕 먹고, 찬장 정리 냉장고 정리 안 되고 못 먹고 버리는 거 있으면 욕 먹는다. 외식하면 당연히 욕 먹고, 하루 종일 참다가 애들한테 5분 폭발해도 엄마가 그래서 되나 쯧쯧. 일주일 집구석에서 애들이랑 씨름하다가 두 시간 맡기고 나와서 커피 한 잔 해도 팔자 좋은 여자들 쯧쯧.

아, 살림까지 잘 하면 욕 안 먹을 줄 알았지?

시댁 챙기는 건 기본. 친정에서도 당연히 딸이 좀 더 신경을 쓰는 거다.

오, 가족들까지 잘 챙긴다고? 그럼 마지막 코스.

당신 예쁜가? 날씬한가? 남편 잘 내조하는가? 요즘 여자들 너무 편하게 살아서, 결혼하면 막 퍼지고 화장도 안 하고 외모 관리도 안 하고, 집안 일도 남편들 시켜먹으려고 한다. 출근하는 남편한테 음식 쓰레기 버리라고 시키고 싶냐.

오! 이것까지 다 잘 한다고? 애 둘 낳아서 유기농 집밥 세 끼 완벽 육아에다 예쁘고 날씬하며 옷도 싼 걸로 맵시 있게 잘 입고 남편 잘 섬기고 시댁에도 잘 하고 친정에도 살가운 딸이며 살림까지 잘 한다고?

자, 그러면 진짜 마지막 퀘스트.

이 모든 것을 200만원 이하로 해결하면서 그 돈을 쪼개어 남편 용돈 시댁 용돈까지 몰래 더 챙겨줄 수 있는 센스를 발휘하고, 재테크도 해서 10년에 아파트 하나 마련하고, 육아는 알아서 독박하고, 그러면서 남편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가지고 살면 당신은 개념녀다. 싫다고? 못하겠다고? 김치녀. 맘충. 니네가 그래서 욕을 먹는 거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