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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거부자의 일기] "징역 1년을 구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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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형수(예비군 훈련 거부자, 녹색당 서울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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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검찰은 제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저의 죄목은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입니다. 예비군 4년 차인 저는 7회의 훈련을 무단불참했고(앞으로도 참석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징역 1년은 그에 따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징벌입니다. 여태껏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아온 저는 처음으로 공판기소가 되어 재판받게 되었습니다. 약식기소가 서류만 오가는 재판이라면 공판기소는 검찰에서 바로 재판으로 넘긴 절차입니다.

약식기소된 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받은 앞선 두 차례의 재판과는 분위기와 풍경이 달랐습니다. 황토색, 하늘색 죄수복을 입고 함께 포승줄에 묶여 수갑을 차고 있는 사람들 한 무리도 저와 같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도, 폭행, 성폭력 등의 죄였고, 선고 결과는 벌금형, 징역 4개월, 징역 1년 등이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공판기소는 벌금형 이상의 처벌이 예상될 때 이루어지는 절차라고들 합니다. 검찰이 구형하고 나니 판사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을 때 머리가 하얘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따르면 훈련에 무단 불참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과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는데, 저는 제가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처벌을 구형받았습니다. 최대치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웠고, 어떤 말을 보태야 할지 빠르게 생각해낼 수도 없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생각할 때는 열변를 토해내고 싶었는데, 막상 닥쳐보니 입도 벙긋하기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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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예비군 훈련 거부 기자회견.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김형수, 이상, 조성현

재판정을 나오니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징역 1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저지른 죄는 검찰 구형을 기준으로 하면 절도, 폭행, 성폭력과 같은 수준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종 판결이 나와야 비교할 수 있겠지만 어찌 됐든 현재로썬 누군가를 해칠 수 없다는 사람을 국가는 절도, 폭행, 성폭력과 같이 위험한 죄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가장 안전한 위험 유발자일지도 모릅니다. 기소 사실을 인정하고(물론 무죄를 주장하지만)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기에 안전하지만, 국가에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성격의 죄인인 것이지요. 군체제, 폭력의 독점만큼은 국가가 절대 물러서고 싶지 않은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제 존재가 국가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일종의 국가폭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어차피 훈련을 거부할 사람들인데,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기여할 수 있는 대체복무나 다른 방식의 사회복무를 고려할 수도 있을 텐데, 어떤 대안을 고려치도 않고 처벌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사회가 인정한다면 군대 또한 자기 쇄신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병역거부보다 병역의무 이행이 사회 공동체를 지키는 더 나은 방법이란 것을 설득함으로써 조직의 존재 이유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와 군대는 자기 쇄신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저는 최후의 변론 기회 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폭력에 동참하는 것과 같다고 소리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아쉽게도 속 좁고 소심한 저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다행히 판사가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로 판결을 연기했습니다.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앞선 두 재판 모두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로 미뤄뒀기 때문에 헌재 판결에 따라 저는 형벌 폭탄을 맞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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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형수. 유엔에서는 예비군 거부도 병역거부와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로 보며, 한국 정부에 예비군 거부를 인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형벌보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현재의 일상에서 언제 이탈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5월에 결혼할 예정인데, 결혼보다 앞선 재판에서 혹여나 징역형이 나오진 않을지 늘 불안합니다. 국가는 저를 처벌하기도 전에 불안이라는 형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직업선택과 활동, 제 일상적인 생애 사업을 예측 불가능하게 하며, 국가가 언제나 저를 사회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은 제게 크나큰 형벌입니다. 지금도 삶이고 감옥에서의 생활도 삶입니다. 생활의 여러 면모의 한 조각일 테지요. 마음을 아무리 추슬러도 두렵고 불안해지기만 합니다. 꼭 형이 집행되지 않아도 권력의 감시와 처벌은 제 안에서 일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앞으로 5년이 더 남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입니다. 다시 제 자신을 다독여봅니다.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