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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거리시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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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리(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대규모 거리시위에 참여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인지. 차도 혹은 광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 눈빛만 봐도 당신은 내 편이군요 하는 유대감, 옆집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각박한 세상에서 정답게 나누는 인사, 기꺼이 초코바 반쪽을 나눠 건네는 얼어붙은 손, 그 속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 다양한 뽕이 있다지만 데모뽕만큼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대규모 거리시위에 참여하고 난 뒤, 오히려 앞으로 열릴 집회에 더 참가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는 그것이 사회적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8년 봄여름 몇 달을 달궜던 '국민엠티'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 시위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시위 이후에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시민들 사이에 퍼졌고, 우리 시위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촉발시켰더랬다. 대규모 시위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야) 민중총궐기 및 그 이전의 비슷한 집회 이후 청와대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나, 중앙단상을 중심으로 한 집회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토론은 대규모 시위 자체의 형태 및 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성공적인 대규모 거리시위의 특징들

대규모 거리시위는 어떤 운동에서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캠페인 전략으로 사람들의 "쪽수"를 이용해 사회부정의를 드러내고 그 행위자(기업에 의한 것이든 정부에 의한 것이든 간에)에게 이것을 바로잡으라는 압력을 넣기 위한 데모 방법 중의 하나이다. 사회운동가이자 언론인, 작가, 교육자인 존 셀러스(John Sellers)와 앤드류 보이드(Andrew Boyd)는 성공적인 대규모 거리시위에 다음과 같은 공통적 특징이 있다고 정리하였다.

- 언제나처럼 반대편이 하는 일들을 방해한다.
- 명확한 동기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 잘 훈련된 비폭력을 사용하고 투쟁성에 초점을 둔다.
-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쉬운 방식을 제안한다.

WTO 각료회의를 실제로 무산시켰던 시애틀 시위와 같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의 대규모 거리시위는 위의 공통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구체적 결과를 예상하는 직접행동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여론을 환기하고 무너뜨리고자 하는 대상에게 "쪽수"를 이용해 겁을 주는 의사전달형 시위(메세지를 극대화 하기 위한 상징적 행동)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위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현실적인 목표를 갖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며 시위가 성공적이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또한 포괄적이고 질적일 수밖에 없다. (대개는 언론에서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졌는지, 얼마나 우호적으로 다뤘는지 등이 대표적인 가늠대가 된다)

민중총궐기를 매주, 매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과연 행진의 종착지가 꼭 청와대여야 하는 것인지, 잘 들리지도 않는데 끝도 없이 무대 연사를 등장시키는 방식이 적합한 형태인지 등의 문제제기를 나는 민중총궐기 방식의 원래 목적을 분명히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참여적인 대규모 거리시위를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은 먼저 대규모 거리시위라는 특정 시위 형태의 쓰임새를 잘 인지하고 그 쓰임새가 필요한 최적의 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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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거리시위는 대표적인 '의사전달형 시위'다. 이런 종류의 시위는 많은 사람의 '쪽수'를 바탕으로 여론을 환기 시키며 시위의 대상(정부나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의사전달형 시위'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직접행동'

'의사전달형 시위'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직접행동'과는 목적과 쓰임새가 다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직접행동'의 목표와 성과까지도 '의사전달형 시위'를 통해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두 시위의 장점과 성과를 모두 뭉개버릴 수 있는 문제를 낳는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직접행동'이란 수량화할 수 있는 목표를 갖는 데모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해 건설자 중 하나인 삼성 본사 앞에서 인간띠 잇기를 하는 것은 '의사전달형 시위'라고 할 수 있지만 일정 시간 동안 삼성 본사의 업무를 마비시킬 목표를 가지고 본사 건물의 모든 입구를 봉쇄했다면 그것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직접행동'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형태와 목표를 갖는 시위 형태를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헷갈렸을 경우 두 시위의 장점을 모두 잃고 마는 죽도 밥도 안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물론 대규모 시위이면서 구체적이고 수량화할 수 있는 목표를 갖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두 행동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전달형 시위'에 참여했으면서도 구체적이고 수량화할 수 있는 목표를 기대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처음부터 목표를 명확히 해야 그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내가 그 시위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나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쪽수"가 무기인 대규모 거리시위라면 당연히 어떻게 하면 많은 "쪽수"를 참여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며 대규모 시위의 효과가 우리의 메시지를 극대화하여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꼭 청와대로 가야 할 이유도, 한곳에 죽치고 앉아서 들리지도 않는 연설을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논의

의사전달형 시위는 의사전달형 시위대로 구체적인 직접행동은 직접행동대로 전체 캠페인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여한다. 어느 한 가지 형태의 시위가 다른 형태보다 우선적이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방식들이 적절하게 구사되어야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이 승리할 수 있다. 의사전달형 시위가 효과적이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가 진척 중이지만 나는 또한 전체 그림에서 구체적인 직접행동 형태의 시위가 더 다양하게 고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되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직접행동 방식이 별로 없어서 대규모 거리시위 방식에서 이 모든 걸 얻으려고 하는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직접행동 방식의 운동이 잘 활성화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주변 활동가 친구들의 공통된 평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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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박람회를 봉쇄한 평화활동가들. 이런 종류의 직접행동은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방식은 때로는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잘 계획한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twitter.com/CAATunis

마지막으로 대규모 거리시위에 관해 덧붙이고 싶은 다이내믹이 한 가지 더 있다. 시위를 조직하는 조직자 혹은 사회운동가들과 소위 순수한 일반시민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분류가 썩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론 사회운동을 직업적으로 해온 사람과 일회성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 집회에 대한 기대나 상이 다를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거나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집회 참여 동기는 매우 중요하며 시위를 조직하는 조직자 입장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목표이다. 하지만 이것이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위는 사회부정의를 박살낼 도구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백날천날 시위만 개최하고 승리(그것이 무엇이든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면 사람들은 금방 지치고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잘 훈련된 사회운동가라면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섬세하고 현명하게 캠페인을 잘 설계해야 할 것이고 잘 설계된 캠페인은 우리 운동의 기본적 가치를 공고히 하고 참여자들의 공동체성을 잘 끌어내면서도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이루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캠페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