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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탈석탄 성공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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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공급은 매력적인 정치적 선택이다. 안전하고 맑은 하늘, 전국에 일자리가 있는 나라를 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책이 달콤할수록 왜 지금까지 시행이 안 되었나를 질문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계획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전력공급의 불안정성 증가와 가격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본 지면을 통해서 이러한 정부의 목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공급과 수요현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내 전기의 최대공급용량 또는 시설용량은 약 108기가와트(GW) 정도인데, 1기가와트는 100만 킬로와트(KW)이며, 대체로 원자력 발전소나 대형 화력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에 해당한다. 이 시설용량은 원자력 21%, 석탄발전 30%, 천연가스발전 32% 등으로 구성되며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한편 공급량으로 따질 때 원자력은 늘 가동되기 때문에 약 37%를 차지하며, 석탄은 43%, 가스는 14% 정도이다. 즉, 실제 가동률로 볼 때 원자력과 석탄의존도는 80%에 이른다. 원자력과 석탄의 원료비가 가스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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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응급대책에 따라 6월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한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간주된다. 태양광 패널의 가격이 싸졌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에 태양광발전이 늘 것이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려도 원자력이나 석탄발전 설비를 줄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태양 또는 바람이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하는 간헐전원이기 때문이다. 독일 등 탈원전을 준비 중인 나라는 신재생에너지와 석탄 가스의 발전설비를 이중으로 갖추고 있다. 태양이 좋던가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은 석탄과 가스발전을 줄이거나 전기를 수출하며, 태양과 바람이 없을 때는 이들 시설을 모두 가동시키고 심지어는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과 우리나라는 전기사용량이 비슷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은 독일의 시설용량은 약 200기가와트로 우리나라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늘어도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직접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원자력 의존을 탈피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수요억제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소비는 지난 10년간(2005~2014년) 연 4.1%씩 무섭게 증가하였으며, 2015년 만들어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최대전기 소비량이 향후 15년간 (2015~2029년) 연 2.2%씩, 총 38%,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원자력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현재 수준에서 억제하고 현재 원전이 차지하는 약 20기가와트 수준의 전원을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소 건설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수요억제를 위해서는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산업계는 중화학공업에 치우쳐서 세계 다른 나라보다 매우 많이 전기를 쓰고 있다. 저(低)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이 탈원전 목적이 아니라도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싸게 전기를 쓰고 있는 곳은 농업부문으로 산업용 전기가격의 약 절반수준의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 전기가격 현실화는 영세농과 한계 중소기업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폐쇄와 함께 석탄발전을 중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동시에 포기할 경우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전기공급은 수입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천연가스의 미국가격은 셰일가스 개발로 매우 낮은 약 3달러 수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사용 붐이 일기 때문에 가격 인상의 소지도 있다. 참고로 약 10년 전에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14달러까지 올라갔었다. 따라서 원전의 비중이 줄 경우 최소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두 연료의 혼합은 안정된 전력공급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원전사용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을 많이 보급한 독일도 과잉 석탄의존에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토가 좁기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 또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태양광 1기가와트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땅 약 10제곱킬로미터가 필요하며, 이는 대강 골프장 10개 정도의 크기 또는 농가 600가구의 경지면적이다. 태양광 패널이 하루 약 4시간만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원자력 1기의 전기공급을 위해서는 약 6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 향후 태양광설치를 위한 산지개발이 또 다른 환경훼손이 될 수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현재 설치용량이 1기가와트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지만 벌써 민원 때문에 사업진행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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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 이후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커진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원전혐오가 더 안전하고 청정한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한다. 일 예로 고리원전1호기는 지난 40년간 단 한 명의 방사능 사망자도 없이 임무를 잘 마쳤다. 대조적으로 무려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보고된 가습기 사건은 제대로 경고된 바가 없다. 무엇보다도 원전은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비교할 때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론자 가운데서도 원전의 효용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공급확대는 동시 달성되기 어려운 정책목표이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는 국토여건상 충분히 늘리기가 쉽지 않으며 또한 간헐전원이기 때문에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을 대치하기 힘들다. 원전폐쇄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의존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원자력에 대한 혐오 또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잉기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다. 문제가 없는 전원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전기공급확대에 주력했던 전력정책은 크게 수정되어야 하지만 전기자동차 보급 등의 이유로 향후 전기수요가 증가할 전망도 있다. 따라서 정부정책의 가장 큰 역점은 전기 소비절감에 두어야 한다. 전기 소비량이 줄고 발전설비가 남을 때엔 친환경을 위한 선택이 용이하다. 친환경 전기공급은 기업과 국민이 전기 다이어트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에너지 선택에 유연성을 발휘하며 장기간 일관되게 실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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