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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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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심심치 않게 SNS를 통해 후기가 보인다. "신세계다." "덕분에 폐인이 되었다." "안보던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별로 없네." "무료 기간 끝나기 전에 해지해야지." 그리고는 예상된 시나리오처럼 언론에서 넷플릭스를 까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폰이 나올 때처럼 혁신이 없다라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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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응8이 없다. 내부자들도 없다. 아니, 한 달에 만원씩 가져가면서 그런 최신 콘텐츠들이 없단 말이야? 사실 있다면 말이 안된다. 그럼 콘텐츠 제작자들은 뭘 먹고 살아? 이렇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제작자나 감독 입장에선 넷플릭스에 작품을 파는 건 팔 데 다 팔고 나서 갈 데가 없을 때 가는 게 맞다. 넷플릭스는 업계 용어로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플랫폼이다. 정액제 VOD. 여기엔 수익 배분이 없다.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고정된 금액에 일정 기간 동안 라이센싱을 주는 것이다. 아무리 넷플릭스에서 대박이 나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없다. 그들은 데이터 공유도 하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봤는지 등등.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나한테 몇십억을 주지 않는 이상, 내가 내부자들 제작자나 투자자라면 거기에 절대 팔지 않는다. IPTV같은 TVOD(Transactional VOD - 즉 건당 주문형 비디오)에서 뽑을 것은 뽑고 나서 더 이상 팔 곳이 없을 때, 넷플릭스 같은 정액제 서비스에 팔면 된다.

그렇다면, 지나간 콘텐츠만 모아 놓은 넷플릭스같은 서비스를 왜 만원을 주고 봐야 하나?

나는 넷플릭스가 우편으로 DVD를 보내주던 시절부터 회원이었기에, 나름 그들의 진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창업자가 블럭버스터 같은 비디오 가게에 연체료 내는 게 싫어서 시작한 서비스가 넷플릭스다. 일정 금액을 내면, DVD 3장을 보낸다. 영화를 보고 나서 동봉된 봉투에 넣어서 돌려보내면, 내가 찜해 놓은 목록에서 다음 영화를 보낸다. 그래서 내가 한 달에 영화 8편을 보게 되면, 뽕을 뽑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바빠서 2편도 못 보게 되면, 손해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넷플릭스를 끊었나? 편리함에 그냥 그들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다. 월정액제의 장단점은 그런 것이다. 내가 잡지를 구독해서 읽거나 안 읽거나 하는 것과 같은 이치. DVD 전성시대에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가게의 거인 블럭버스터 비디오를 위협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들도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2007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DVD와 스트리밍을 병행했다. 그래서 최신 영화는 DVD로 보고, 고전 영화나 한철 지난 TV 드라마는 스트리밍으로 보는 방식을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했다. 참고로 초반엔 넷플릭스는 영화 위주의 서비스였다. 드라마들도 DVD로 나오지만, 한편 보고 나서 DVD 꺼냈다가 다음 것 넣고... 다들 귀찮게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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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넷플릭스는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완전히 갈라놓고 회사도 쪼갠다고 발표했는데, 소비자들과 월가의 반응은 냉담했다. 넷플릭스의 주가가 폭락하고, 반대가 워낙 심해서 결국 번복까지 했다. 아마 당시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도 드디어 수명을 다했구나 생각했었을 거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때까지 인기 있었던 DVD 대여 사업을 과감히 버리고 스트리밍 위주의 회사로 전향했다. 당시 넷플릭스의 스트리밍에는,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했다. 최신 영화는 없을 뿐만 아니라, TV 드라마도 철 지난 시즌들만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미국의 텔레비젼 업계의 제2의 황금시대와 겹친다는 것이다. 영화 때문에 넷플릭스를 가입한 소비자들이 안 보던 TV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 할리우드가 슈퍼히어로물 블럭버스터에 전념하는 동안, 캐릭터 위주의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작가나 감독이 다들 TV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DVD를 넣다 뺐다 하던 게 귀찮았다면, 스트리밍은 시리즈물 감상에 최적화된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다음 에피소드를 바로 연결해주는 친절한 서비스까지 제공한 것이다. 그래서, 빈지 왓칭(binge-watching: 몰아보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패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할리우드나 기성 콘텐츠 제작자들은 넷플릭스에 자신들의 최신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이 무서울 수도 있었다. 수천만 명의 회원을 두고도, 원하는 콘텐츠를 획득하지 못한 넷플릭스는 자연스럽게 콘텐츠 제작에 들어갔다. 그래서 시작한 드라마가 바로 하우스 오브 카드. 데이빗 핀쳐가 파일럿을 연출하고,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 및 제작을 한 이 정치드라마는 그야말로 판을 뒤집어 놓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HBO가 '소프라노'로 일약 플레이어가 되었다면, 넷플릭스에겐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그런 작품이다. 지금 한국에선 아이러니하게도 하우스 오브 카드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다. 제작 당시 해외 배급권은 소니 TV에게 일임을 했는데, 올레TV와 독점 방영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는 마치 마블이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등을 다른 스튜디오에게 팔아넘겨서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조만간 하우스 오브 카드의 귀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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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공격적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이후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등 독특한 오리지날 드라마나 코미디를 제작한다. 그리고 마블과 손을 잡고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등의 시리즈물도 제작하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네트워크에서 중단된 드라마(못말리는 패밀리)를 이어가기도 한다.

올해부터 미국 넷플릭스는 디즈니에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디즈니 영화들을 부가판권 시장 우선적 방영권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의 영화들을 극장 개봉 이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것. 물론 미국만의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도 공격적이다. '비스트 오브 더 네이션'이라는 수작의 판권을 구입해서 넷플릭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했고, 올해는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고 제작하는 '워 머신', '와호장룡 2' 등도 투자 배급한다. 물론 우리가 기대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내년에 넷플릭스에서 먼저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과연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이 꿈꾸는 글로벌 인터넷 TV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넷플릭스는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IP 주소를 막아 놓았던 걸 푼 것뿐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나 기타 국가가 넷플릭스라는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며칠 전에 미국의 어느 제작자에게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시작했다고 하니, 웃으면서 이제 모든 식당들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장하면 배달 앱들이 같이 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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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넷플릭스가 자리 잡는다고 해도, 최신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건 극장의 몫이고 IPTV의 몫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성장한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로컬 서비스들은 소비자들을 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불편하고 복잡하기만 했다. 넷플릭스의 경험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최신 영화? 최신 드라마? 뭐, 몇 달만 있으면 넷플릭스로 올 텐데, 좀만 참지. 진짜로 무서운 건,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스토어, 아마존, 훌루 등의 글로벌 플랫폼들이 모두 한국에 들어온다면, 기존의 IPTV나 케이블은 심각하게 위협을 당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서 자막 작업하고 스위치만 켜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게 한다. 이 얼마나 무서우면서도 매혹적인 발상인가?

넷플릭스는 또 다른 현상을 낳게 만든다. 바로 콘텐츠의 재발견이다. 아마 일주일 동안 넷플릭스 안의 콘텐츠를 훑어보면서 평소에 안 볼 것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클릭한 걸 경험할 것이다. 아마 결제를 따로 해야 한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위다. 하지만, 무제한이라는 위안이 주는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다. 클릭해보고 영 아니면 끊으면 된다. 하지만, 우연히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아! 내가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구나 생각을 할 테다. 우연히 스탠리 큐브릭의 고전영화를 클릭해서 보면서, 아! 이렇게 대단한 감독이라 지금 전시회도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할 테다.

그래서 바라는 건, 넷플릭스가 한국 고전영화나 독립영화들을 많이 확보했으면 좋겠다. 좋은 영화들이 많음에도 안타깝게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혹시 아나? 넷플릭스를 통해 재발견될지. 화제의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도 시즌 초반엔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첫 시즌이 넷플릭스에 올라오고 나서 매니아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 그래서 최종 시즌 방영할 무렵엔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멈블코어라는 서브 장르로 유명한 듀플래스 형제(그들의 영화 중 한편 '소름'이 한국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음)도 넷플릭스로 팬들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14년전, '이드림즈(e-dreams)'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다. 미국 극장 개봉까지 마쳤지만, 비디오 배급이 여의치 않았던 시점이다. 난데없이 넷플릭스에서 이메일이 온 것이다. 자기네 회원들이 '이드림즈'를 보고 싶다고 해서 직접 접촉을 해 온 것이다. 우린 DVD 마스터도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하니까, 자기들이 직접 마스터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오랫동안 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그들과 다시 접촉해서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올리기도 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콘텐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내 영화가 14년이 지난 후에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건 흐뭇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넷플릭스에 푹 빠졌다 하더라도, 출퇴근 시간이나 이동 시간에 보는 건 자제하길 바란다. 자칫 잘못하다간 배터리 금방 닳고, 데이터 요금 폭탄 맞을 수도 있다. 크롬캐스트나 플레이스테이션 혹은 애플 TV로 TV와 연결해서 보면, 집에서 편하게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와이파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애플 TV를 구입한다면, Smarty DNS라는 서비스도 추천한다. 1년에 4만원 정도 내면, 또 다른 신세계, 그러니까 미국 넷플릭스가 열린다. 미국 넷플릭스를 경험하려면 한글 자막 대신 영어 자막에 의존해야 하지만, 신세계는 분명하다. 라이브러리가 방대하다. 형사 콜롬보 전 시즌이 다 있는 걸 보면, 때론 신기하다. 어쩜 저 시대의 콘텐츠를 저런 고화질에 감상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한국 넷플릭스의 라이브러리가 두터워지길 바란다. 그리고 진짜로 기대하는 건, 넷플릭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들에 자극 받아서 한국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 그럼 조만간 넷플릭스가 한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작하는 날이 오겠지? 허황되지만 멋진 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