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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정말로 안정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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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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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대책은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나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이번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책은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스스로도 '자기가 사는 곳이 아닌 집이라면 파시는 게 좋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공언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대목은 여기저기 있다. 가장 강력한 것은 양도세 중과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부산 해운대,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2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10% 더 내야 한다. 액수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50%가 된다. 3주택 소유자가 이 지역에서 집을 팔면 20%를 더 내야 한다. 최고 60%까지 된다. 이 양도소득세는 2018년 4월부터 내야 한다. 그 전에 집을 팔면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의 주택소유가구 넷 중 하나는 두 채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자산을 더 불리기를 포기하고 매물을 내놓기만 해도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이게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려면 이 정도로는 어렵다. 주택을 소유한 네 가구 가운데 세 가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은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집은 '사는 곳'이다. 그런데 이들은 또한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며 빚을 내어 샀다. 집값만 오르면 부실한 연금을 걱정하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들에게 집은 '사는 것'이기도 하다. 투기와 주거는 종이 한 장 차이이고, 선악은 그리 흑백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여력이 크지 않으면서도 빚을 내어 집을 산다. '그래도 집 한 채는 사두는 게 좋고, 사두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집은 안 사면 손해고, 집을 사야 성공한 중산층'이라는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장기적인 집값 안정은 어렵다. 소수 투기꾼이 아니라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시장이 바뀐다. '집 사는 것보다 월세 사는 게 이익'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괜찮은 월세'가 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임대주택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저렴해지면서, 정상적인 중산층의 일반적 주거형태가 되면 된다. 집은 빌려 쓰는 게 정상이고, 정부나 공동체가 소유한 주택에서 사는 게 흔한 일이 되도록 정책을 짜야 한다.

'괜찮은 월세'가 일반화되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집 없는 사람은 빚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집 가진 사람은 빚을 쉽게 갚으면서도 안정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공급 부족 논란이 나오는 지금 같은 때에, 앞으로 대대적으로 공공임대 및 사회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과감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유세 인상과 함께 검토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8·2 부동산대책에는 서울지역 도시재생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있다. 임기 내 5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이 사업을 주택 공급, 특히 공적 성격을 띤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매입 뒤 공공임대, 비영리나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임대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주거는 가장 중요한 사회안전망이다. 소유에서 공유와 사용의 시대로 넘어가는 기술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더욱 그렇다. 칼을 꺼내든 지금, 요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