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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속 추경, 창업투자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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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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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한 세대의 청년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를 호소하며 한 이야기다.

11조원의 추경예산안 가운데는 창업투자 등 중소벤처기업 관련 투자성 예산이 2조원 이상 있다. 중앙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7조7천억원 가운데 4분의 1을 넘긴다. 일자리 추경이라지만, 사실 상당 부분을 창업 및 초기기업 투자가 차지한다. '추경 속 추경'이다.

창업투자를 늘리는 방향은 옳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존의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만 다들 몰려가서는 미래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막상 짜온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지점들이 있다. 자칫 양적 팽창만 독려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지금 스타트업 정책의 문제는 질적인 데 있다.

우선 스타트업 투자정책의 성과가 일자리 개수로 평가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 정책이 일자리 정책에 종속되면 자칫 자리만 지키는 창업을 늘릴 수 있다. 창업은 좋지만, 스스로 새로운 기회, 새로운 일을 찾고 만드는 창업이라야 한다. 형식적으로 자리 개수만 늘리는 데 집착하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빛을 보기 어렵다. 따라서 스타트업 정책은 혁신에 가치를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혁신적 창업 기업도 장기적 성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의미있는 숫자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 기간 동안 사회가 기대해야 할 것은 일자리 개수가 아니다. 창업가의 성장과 의미있는 실험과 그 결과 흘러나올 혁신의 가치와 문화다. 선별해 투자하되 격려하고 지원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정부가 많은 투자를 창업가들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현장 창업가들에게서도 투자의 양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창업투자는 획기적으로 늘었다.

지금은 체질 변화가 필요한 때다. 정부가 주도하면서 투자 대상 창업가들이 수동적으로 변해 간다는 비판이 크다. 정부가 먹이사슬의 꼭짓점에 있는 모태펀드 방식의 지원체계에 대한 비판도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벤처투자 특유의 유연성과 역동성을 잃고 너무 관료화되어 간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에서 많이 나오는 목소리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타박이다. 공동체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규제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별로 느껴진다. 특히나 요즘처럼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영역이 빠르게 등장하는 시기에는 그렇다.

기술창업에 투자하도록 지원하는 팁스(TIPS) 같은 제도에 대한 선호는 높다. 민간투자자에게 상당 부분 주도권을 주고, 기술창업에 특화됐다는 점이 장점이다. 나눠주기식 창업투자는 꼼꼼히 살펴 합리화하는 게 맞다. 대졸자들은 창업만 하면 몇천만원은 그냥 받을 수 있고, 공모전만 뛰어도 먹고산다는 이야기도 돈다. 비정상이다. 창업의 성과를 일자리 개수나 투자액수 등으로 측정하면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기술창업 이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더 나아가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작은 혁신을 장려하는 일도 필요하다. 빵집에서도 공방에서도 농촌에서도 혁신은 가능하다. 과거 주목받던 뉴패러다임 모델을 다시 살펴봐도 좋겠다. 이번 추경예산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소셜벤처가 빠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빌 클린턴이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 쓴 것처럼, 선거는 시를 쓰듯 감동적으로 치를 수 있지만 통치는 산문을 쓰듯 해야 한다. 신도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