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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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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HOUSAND WON
Tieataopoo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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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무슨 일을 하든지 주 5일 한 달 꼬박 일하면 대략 월급 2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옳고 이해하기 쉽고 외치기 쉬운 이 주장은, 사실 좀 허망하다.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임금을 더 받는 노동자도 늘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전국에 222만명이 있다. 전체 임금노동자 100명 중 11명이 넘는다. 2006년 144만 명에서 50% 이상 늘었다.

불편한 진실이 여기 있다. 200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3480원이었고, 2015년 5580원이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수도 수직상승했다. 아마 숨겨진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늘었을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안만 언급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2022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언급했다. 심상정 후보, 유승민 후보는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는 정확한 시점은 제시하지 않고 빨리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만 했다.

그런데 2020년이냐 2022년이냐 또는 심지어 당장이냐는 별로 의미가 없다. 어차피 못 받는 이들이 많으니 말이다. 특히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는 그렇다. 상당수 청년 알바와 중장년 여성 일자리가 그럴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구멍이 크다. 최저임금 1만원 안이나,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의 치열한 논쟁이나, 대선주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언제 얼마나 하겠다고 약속하는지... 모두 허망한 일이다.

나는 대안으로 시간당 1만원 이하를 받으며 일정 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국가가 전면적인 소득보조금을 줄 것을 제안한다. 실행도 간단하다. 연말정산시스템을 이용하자. 세금 많이 낸 것 돌려주듯 임금 적게 받은 사람에게 더 돌려주면 된다. 현재 근로장려금(EITC)이라는 이름으로 운용중인 것을 보완하는 방안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언제 이뤄지든, 그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면 될 것 같다. 취업자와 실업자,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에게 모두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보다 더 시급하고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대안이다.

시장에서 해결 안 되는 일을 외치고 눈물 흘리며 우겨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냥 국가가 나서서 하면 된다. 제도의 허점에 눈을 감고 구호만 외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적 대안을 이야기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대안을 놓고 이야기하면서 문제 해결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도록 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