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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했던 일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좋은 정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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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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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 선고 요지 전문을 읽고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는 이 두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파면을 선고해야 했다. 8:0이어야 했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면서도 통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따라서 논란이 될 만한 요소는 가능하면 결론을 피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파면 요건에 해당할 만큼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했다.

다른 모든 것은 부수적이었다. 결국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인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 점'에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는 최대한 피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파면사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나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별도의 사법 절차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재판관들 사이에도 세월호에 대한 판단을 놓고 끝까지 토론이 이뤄진 것 같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 책임, 특히 대통령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 법적 책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헌재는 그들의 의견까지 통합해야 결정의 정당성이 극대화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나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데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정치적 사안은 최종 판단을 법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국민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늘 제도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오늘 다시 깨달으며 배웠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선고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올바르게 결정하고 통합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최종 결정의 순간인 헌법재판은 문제를 제기하는 좋은 공간은 아니다. 최대한 다른 의견들을 통합하며 제기된 문제 전체를 정리해 결정해야 하는 공간이다. 오늘 헌법재판소가 했던 일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좋은 정치였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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