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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자리 정책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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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INTERVIEW
opolja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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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마디가 귀에 쏙 들어왔다. "직원이 아니라 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팀원'이란 같이 조직을 끌고 나가는 동반자라는 의미다. 그는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고 더 나은 조건을 위해 떠날 사람을 '직원'이라고 불렀다. 그 일자리가 제공하는 조건 때문이 아니라 그 일 자체의 기쁨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이 팀원이라는 의미였다.

그 자리에서는 그런 팀원에게 성공의 과실을 나눌 수 있고, 그런 팀원이 생계 고통 없이 일에 집중하게 해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함께 내렸다. 한국 사회 혁신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당신은 혁신의 편입니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있었던 토론이었다.

일자리 정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차기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정치인들이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몇 가지 갈래가 있다.

우선 공공일자리 확충론이 눈에 띈다. 어차피 공공부문에 일손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이곳부터 일자리를 늘리자는 정책이다. 세금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늘리면 되니 쉽다. 하지만 재정 부담도 큰데다 공무원 사회의 비효율성을 더 높일 것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한국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공공일자리 비중이 낮은 편이다. 특히 유럽 복지국가들과 비교하면 그렇다. 사회서비스 등 확충이 필요한 분야도 많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경제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고 실업자가 아주 적을 때만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방법이다. 공무원 고용 제도의 경직성과 공직사회 효율성 문제는 별도의 주제이기는 하지만, 공공일자리를 늘리려 할 때마다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갈래는 산업정책론이다. 국가가 새로운 산업에 집중 투자해서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해가 바뀌면 '10대 유망산업 육성' '5대 미래산업 육성' 같은 정책을 늘 발표하는 한국 정부한테는 익숙한 방식이다. 신산업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 등 기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이 일자리로 연결될까?

제조업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세계적이다. 선발국의 제조업 기업들은 저숙련 일자리를 저임금으로 제3세계에 내보냈다. 최근에는 로봇을 등에 업고 그런 저숙련 일자리를 아예 없애고 있다. 한국에서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입장은 생태계론이다. 국가는 새로운 기업이 계속 나타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진국형이다. 민간을 중시하고 자율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내가 굳이 손을 들어준다면 생태계론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 국가는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중심에 놓고 있었다. 산업을 키우면 좋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좋은 일자리는 곧 복지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그 고리는 지금 깨어져 있다.

여전히, 기존 생태계론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산업을 지원하던 힘 이상을 시민들의 삶을 지키는 데 투자해줘야 한다. 주거, 교육, 소득이 핵심이다. 청년을 위해서는 장기적 주거비 안정이 필요하고, 장년을 위한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팀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는 가능하다. 국가가 시민 삶의 최종책임자가 되어 생존 걱정을 덜어주는 게 첫걸음이다. 이를 기반으로 민간이 자유롭게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과 생존의 고통에 신음하는 '직원'들이, 일 자체의 기쁨을 찾아 주인으로 일하는 '팀원'이 되는 데는 무엇보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