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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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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슈아 웡(黃之鋒·19) 데모시스토 비서장, (왼쪽에서 세 번째) 네이선 로(羅冠聰·23) 주석 ©Demosistō

지난 8월 15일, 홍콩 우산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과 그의 동료들이 불법 시위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면하면서 9월에 있을 총선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리 위에서 홍콩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겁 없이 싸워온 조슈아 웡과 그의 친구들은 과연 어떤 정당 정치를 보여줄까요?

17살의 조슈아 웡, 우산 시위를 촉발하다

"당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민주적인 선거가 보장되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홍콩 정부의 수장인 행정 장관은 지금까지 간선제, 소위 '체육관 선거'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나 홍콩 국민들의 계속된 선거 개혁 요구로 2014년 드디어 중국 정부는 홍콩 유권자들이 직접 행정 장관을 뽑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후보를 제한합니다. 친중 인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은 사람만 행정 장관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미 걸러진 친중 인사 내에서 뽑을 수밖에 없는, 껍데기뿐인 직선제인 것입니다.

이 기만적인 개혁안은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합니다. '진정한 직선제'를 요구하며 센트럴 구역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시위가 5일째 접어드는 날 밤 10시, 한 고등학생이 ''시민 광장(Citizen Square)'을 시민들에게 돌려달라'고 외치며 100명의 학생들과 펜스를 넘었고, 곧 경찰에 무자비하게 체포됩니다. 이 장면이 전국적으로 방송되며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결국 79일간 홍콩 정부 청사 앞의 금융 중심가를 점령합니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식사를 하고,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폭력 시위를 이어나갑니다. 그러나 시위 일주일 만에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합니다. 학생들은 저항하지 않고 우산을 펴 최루탄을 받아냅니다. 이 이례적인 비폭력 시위 장면은 '우산 시위', '우산 혁명'이라 하여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이를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펜스를 넘어 장기 시위를 촉발한 고등학생, 그가 바로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조슈아 웡입니다.

"학생들이 아니면 누가 맨 앞에 섭니까"

조슈아 웡은 그가 13세였던 2010년부터 사회 운동을 시작합니다. 14세에는 학생 단체인 '학민 사조(Scholarism)'을 설립, 10만여 명 규모의 시위를 조직해 국가주의적인 '윤리국가교육(MNE)'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저지합니다. 홍콩의 우산 시위는 그가 17세가 되던 해 일어난 일입니다. 시위를 통해 직선제 요구안을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에 홍콩 시민들의 불복종 의사를 알리고,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정부에 가장 큰 압력을 준 시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5년 포춘(Fortune)지에서는 그를 세계에서 10번째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로 선정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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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시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게임. 시위대 맨 앞에 있는 캐릭터가 조슈아입니다. 플레이어는 최류탄을 터뜨리는 경찰을 우산으로 막는 등 시위대를 보호해야합니다.

시위에서 정당으로

조슈아 웡과 친구들은 우산 시위의 사회적 균열을 정치적 균열로 전환합니다.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어젠다를 형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죠. 그리고 지난 2016년 4월, '데모시스토(Demosistō)'를 창당합니다. 데모시스토는 오는 9월 있을 총선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검열로 법인 설립도, 계좌 개설도 어렵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화로 약 2억 여 원을 모았습니다. 나이가 어려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조슈아를 대신해 당의 주석 네이선 로가 입법회 의원(국회의원)에 출마하고, 그들은 스스로를 'Team Nathan'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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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시위 당시 경찰에 체포되는 네이선 로 ©네이선 로의 페이스북

의회 정치의 경계를 확장하다

데모시스토의 정책 기조는 한마디로 시민들이 직접 하는 정치입니다. 1. 시민들과 국회의원을 잇는 청원 시스템 구축, 2. 누구나 사회 운동을 조직할 수 있는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의 개발을 통해서 말이죠.

'청원 시스템'은 시민들의 정책 제안이나 아이디어가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을 경우, 공식적으로 국회에서 발의하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기존 정당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보전에만 관심 있다고 말합니다. 입법 권한이 소수의 국회의원들에게만 집중되어 있으면 중국 정부의 정치적 간섭에도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통로가 없기 때문에, 친중 인사를 앉히거나 의원을 입맛대로 포섭하기만 하면 의회 전체를 장악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데모시스토는 흩어져 존재하는 다수 시민들의 청원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시민에게 직접 물어보고, 시민의 의지로 정책이 굴러가게 하자는 것이죠.

두 번째인 '자발적 사회 운동 조직 플랫폼'은 당사자들이 정당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세력을 구축하고 싸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조슈아 웡의 학생 단체 '학민 사조'가 시위를 통해 '윤리국민교육'의 의무화를 막아냈던 것처럼, 필요에 의해 모인 시민들이 그들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도록 정당 차원의 자원을 나누거나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정책 기조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가 홍콩 정부의 자립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시민들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를 설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홍콩 정부는 눈엣가시같은 데모시스토의 선거 운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홍콩 선거사무위원회(Electoral Affairs Commission)가 네이선 로 후보의 선거 팸플릿에 적힌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 '국민 투표(civil referendum)', '미래를 결정한다(determine our future)'와 같은 단어의 사용을 제한한 것인데요. 같은 단어를 쓴 다른 후보의 팸플릿은 통과되면서 정치적 검열이라는 의혹은 더욱 명백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당국의 방해공작에 대응한 데모시스토의 대응이 기발합니다. 문제가 된 단어들을 귀여운 아이콘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자주(autonomy)'는 토성으로, '자기 결정'은 노란 원과 검은 점으로, '간섭(interference)' 목성 등으로 표시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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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자기 결정', '국민 투표', '간섭', '자주권' 등을 의미하는 아이콘, (하) 수정된 네이선 로의 선거 팜플릿 ©SCMP Pictures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입니다. 우산 시위 이후 2015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구 의원 선거에서 데모시스토가 50명을 출마시켜 8명의 의원을 당선시켰기 때문입니다. 구 의원 선거는 오랫동안 총선과 대선의 판세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였다는 점에서, 데모시스토의 도전은 상상을 넘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슈아 웡과 친구들의 용감한 투쟁은 견고한 아재 정치에 정말 균열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 이 글은 정치 스타트업 와글주간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