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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한국남성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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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바라본 쇼윈도에 가방 다 사줄게/너의 밤까지도 Girlish 한 너의 취향을 알아/넌 천상 여자인 걸

처음이야 수줍은 듯 이불/가려 내가 불을 끌 때까지 기다려 Baby

넌 조금 겁이 나 내게 말을 못했데 뭔데/사실 난 말이야 사실 말이야 하며/이불을 걷는 순간

거짓말이야/이럴 수는 없어/다 거짓말이야/정말 사랑했는데 Baby/거짓말이야/넌 왜 그게 있어/심지어 나보다 큰데

Oh Lady 정말 예뻤는데/ Oh Lady 멋진 게 있었네 Baby/ 이건 반칙이잖아/ 넌 내 인생에 제일 예뻤어/ 근데 왜 왜 왜 왜

그러고 보니까 너의 목소리가/ 그러고 보니까 너의 발 치수가/ 다 알고 보니까 다 그런 거 같아/ 다 알고 보니까 다 그런 거 같아

날 오빠라고 불러줘서 좋았어/ 이젠 오빠라고 부르지 말아줘 Brother

넌 조금 겁이 나 미리 말을 못했데/ 그래 그럴 수 있지 Baby/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거짓말이야/ 이럴 수는 없어/ 다 거짓말이야/ 정말 사랑했는데 Baby/ 거짓말이야/ 넌 왜 그게 있어/ 심지어 나보다 큰데

Oh Lady 정말 예뻤는데/ Oh Lady 멋진 게 있었네 Baby/ 이건 반칙이잖아/ 근데 그래도 네가 예뻤어/ 그래 넌 넌 넌 넌

넌 예쁜 Boy friend/ 넌 멋진 Girl friend/ 넌 마치 Wonder Man/ Love love love with you/ 넌 예쁜 Boy friend/ 넌 멋진 Girl friend/ 넌 마치 Wonder Man

-허밍 어반 스테레오, 'Wonder Man'

한국 사회에게 트랜스젠더란 뭘까요? 하리수 씨의 등장 이후 우리 사회는 적어도 '트랜스젠더'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를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간편한 방법 중 하나는 문화 속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일거에요. 문화란 기본적으로 어떤 사회의 어떤 시간대의 사회적 인식을 담고 있을테니깐요.

우선 가장 보편적이며, 다양한 장르 속에 등장하는 관점은 '남자 몸에 갇힌 여자'라는 인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하여 코미디, 혹은 개그를 하려는 축의 가장 대표적인 패턴 중 하나는 바로 위에 나와있습니다. 바로

'벗겨보니 자X가 달렸어!!!' 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패턴의 이야기 속에서는 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남성인 화자의 기준에서 정말 예쁘며,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부합하는 여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섹스를 하려고 하는 순간, 보X가 아니라 자X가 '달린' 모습에 화자는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트랜스젠더가 대중매체에만 존재하며, 자기 옆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하는 -사실 이건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모든 성소수자에 대한 비 성소수자의 인식이 다 그렇지요. 커밍아웃을 안하니까 없는 줄 알고.- 사람에게, 특히 상대가 '진짜 여자'일줄 알고 연애를 했던 한국 남성에게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겠거니, 싶지만. 그렇게 흘려버리기에는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답니다. 안타깝게도.

transgender

우선, 지금까지 말했던 트랜스젠더는 MtF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인식되는 육체의 요소-목젖, 이목구비, 성기 등-을 지녔지만 자신의 젠더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만 한정되어있습니다. 이것은 아직 FtM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인식되는 육체의 요소를 지녔지만 자신의 젠더를 남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과 논바이너리 및 젠더퀴어, 성별 이분법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았으므로 현실적인 인식의 한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MtF 트랜스젠더 본인들이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있다 한들 충격받은 남성의 감정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패턴 속 남성들은 자신들이 상처를 받은 비운의 주인공인마냥 스스로를 묘사하는데요. 단순히 '여자인데 왜 성기 모양이 다르지?' 라기에는, 상대의 당혹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미미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저 이야기 패턴 속의 남성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해 'X려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 한번 더 위 노래를 살펴봅시다. 노래의 화자는 연인관계였던 트랜스젠더가 '천상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텔에서 마주한 것은 보X가 아니라 자X이며, 심지어 '자신보다 더 크다' 라는 점에 있어 성기 크기를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 속에서 남성성의 열등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리고 상대의 모든 것들을 '육체적 남성'과 연관지으며 -이 사람에 의하면 발 치수가 큰 여성은 남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boy, baby 등의 남성명사와 girl, lady 등의 여성명사를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그러한 지칭의 교차가 정작 당사자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는 너무나도 선명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 방식은 다소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더 비극적이지요.

"헉 트랜스젠더라니..." 4년간 사귀던 '여친' 살해

경북 경산 경찰서는 28일 연애 상대방이 트랜스젠더인 것을 뒤늦게 알고 격분해 살해한 혐의(살인)으로 박모(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3일 오후 대구시 남구의 한 여관에서 연애 상대방인 김모(24)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김씨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수차례 폭행한 뒤 경산시에 있는 한 하천의 둑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4년여 전 아르바이트를 하다 여성 같은 외모를 가진 김씨를 알게 된 뒤 가끔 만나왔으나 성별을 알 수 있는 접촉은 갖지 않아 상대방이 여장 남성인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2010.5.28 세계일보

위 노래를 창작한 사람은 다소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그려내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죽음을 보도하는 과정에서조차 '여장 남성'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등 철저하게 성별 이분법에 의해 존재가 지워집니다.

이렇듯 MtF 트랜스젠더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비극을 얼토당토 않는 유머로 승화시켜버리는 스토리텔링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짚어낼 수 있습니다.

바로 남성문화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MtF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시선을 말입니다.

구세대로부터 견고하게 구성되어 대물림되는 한국 남성문화가, 여성을 바라보는 가장 큰 시전 중 하나는 무엇일까요?

바로 '쟤는 내 잠재적 X집이다' 입니다.

다들 아실 수도 있겠지만 사례들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왜 외국 남성과 교제하는 한국 여성에게 욕을 하고 눈살을 찌푸릴까요. 유학한 여성을 보고 '히이익! 문란해!! 나중에 저런 사람이랑 만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말은 또 왜 나올까요? 성노동자 여성들에게 '과거 세탁하고 나 만나는 거 아니야?' 라는 반응은 또 어떨까요?

transgender

한국사회의 과잉되고 비틀어진 남성성은 여성을 대할 때 자신의 잠재적 소유물 내지는 성적 해소 대상으로 보는 것 부터 시작합니다. 최근 대학가에서 나타나는 '남성 단톡방'의 성희롱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나는 남자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소재로 하여 성적으로 씹어댈 권리가 있다. 앞에서만 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위의 이야기에 대입시켜봤을 때, 왜 저 상황을 비극 내지 슬픈 유머로 소비하는지 그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여성으로 인식되는 존재, 그리고 그 존재에 대해 내가 욕망을 느꼈지만 남성인 '나'는 그 욕망을 실천에 옮길 수 없습니다.

보X가 없으니깐요.

따라서 상대는 내가 욕망을 품은 '여자'인데 X지가 없어 X을 수 없는 상황은 남성인 나에게 슬프거나, 혹은 분노하게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성기 수술을 하지 않은, 혹은 못한 자신의 신체가 발각된 상대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요.

물론, MtF 트랜스젠더에 관한 편견을 이겨내고 상대를 사랑하는 이성애자 남성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남성들이 대다수였다면,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보편적이라면 위와 같은 상황을 유머나 비극으로 소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을 비극으로 생각하는 남성을 '찌질'하다고 하는 인식이 더 보편적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실제 사례에서는 'X지가 없으니 X을 수 없다'라는 편견을 극복한 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그 방식이 결국 'X아야 한다'의 연장선상일 뿐이지만요.

저는 트랜스젠더퀴어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 크로스드레싱 바, 소위 여장 카페를 자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헌팅을 위해 찾아오는 -심지어 입장료가 트랜스젠더 및 크로스드레서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비쌈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헌팅을 호기심에 몇 번 받아주거나, 혹은 거절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저희에게 추파를 거는 남성들이 성적 매력과 외적 매력이 떨어진다고 사회에서 인식하는 중장년들이었으며, 저희를 대하는 태도에서 암암리에 그러한 인식이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진짜' 여성을 꼬실 수는 없으니 트젠이라도 꼬셔서 X쳐보자'라는 분위기가 말이지요.

터무니없는 피해의식이라고 하신다면, 이건 어떨까요?

'어짜피 일반 처자랑 결혼해도
딩크로 살 형편이면
트랜스젠더 데려다가 사는게 훨씬 가성비좋습니다
일반 여성분들보다 훨씬 싹싹하고 요리잘하는

젠더들도 많더군요. 물론 부모님 설득이 힘들겠지만
젠더들은 사랑받고싶어 하는 마음도 크고 체력도 좋아서
매일 아침마다 12첩 반상 차려준다고 설득해보심이 ㅋ

성형도 많이 해서 이쁜애들 널렸고 걔네는 남자가 데리고
살아주는게 소원이라 결혼식도 안치뤄도 되고 제가
월급 180밖에 안된다해서 무시할 일도 없죠 ㅋ 피곤하게
주말마다 데이트 안해되며 매일 김밥천국 데려가도
절때 투정 못합니다. ㅋㅋ

어짜피 남자들이 아무도 안만나주니 바람날 일도 없고
밤일도 ㅋ 남자를 잘알아니까 엄청 잘할꺼고

나는 차라리 장점많고 와꾸 몸매 하리수 이상 되는 젠더
데리고 사는게 훨씬 좋은거 같습니다 ㅋ

이종형님들도 얼른 생각 바꿔보심이... ㅋ'

놀랍게도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가 암암리에 느꼈던 인식을, 익명의 힘을 빌어 전시한 글이 있더군요.

이러한 마음을 필터링 없이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장소가 인터넷 상의 한국 남초 커뮤니티 중 대표적인 곳 중 하나라는 것.

결국 스토리텔링 속 무의식과 그러한 이야기의 바탕이 된 현실은 MtF 트랜스젠더에게 한국 사회의 남성성을 뿌리깊게 내면화한 한국 남성들의 속내가 이렇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너희들은 결국 우리에게 'X는 존재'야. 왜냐면 너희들은 남자를 포기하고 여자를 택했거든.'

글·박양현월

이 글은 트랜스/젠더퀴어 생애 기록모임 블로그 '발자국'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