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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상한 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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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신분으로 서울에 살다 보니까 궁금한 것이 없을 수가 없다. 각 도시마다 독특함이 있겠지만 아래는 외국인은 물론 원주민도 갸우뚱할 수 있는 서울에 대한 의문점 5가지다(추가 종목 지적은 댓글에 부탁드림).


1. 에누리 없는 스타벅스

우리 나라에서 커피를 제외한 문화는 거의 상상이 불가능하다. 고가 브랜드 커피를 필자는 피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아내나 지인 때문에 할 수 없이 고약하게 여기는 브랜드 매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난 커피를 진하게 마시면 상체가 떨릴 정도로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그래도 그 맛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연하게 주문해서 마신다. 미국에서는 "연하게 주세요"라는 말 대신 "Single shot, please."라고 부탁하는데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2개의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간 2 달러 정도 하는 아메리카노에 샷을 한 개 덜 첨부하는 대신 약 20 cent를 깎아준다(물론 이치를 따지자면 할인을 훨씬 더 해줘야겠지만). 그런데 한국 어느 스타벅스에서도 커피를 연하게 주문한다고 200원을 깎아 주는 곳은 없다. 다른 커피 전문점도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가 이런 방침을 서울에서도 존중해줬으면 한다.

2. 일관성 없는 청와대 인근 검문

오늘 아침에 부암동/청운동 언덕을 타고 내려오면서 의문이 생겼다. 필자는 구기동에 살기 때문에 청색 기와집 앞을 자동차로 지나치기 일쑤인데, 왜 부암/청운동 방향에서 내려올 때는 거의 검문을 안 받고 청와대 앞을 통해 삼청동 쪽으로 갈 수 있는데 반대로 삼청동(또는 효자동)에서는 꼭 창문을 내리고 목적지를 알려야 하느냐는 거다. 사실 질문하는 경찰도 친절하고 통행을 거부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법으로 사고가 방지될 거라고 정말로 믿는지 궁금하다.

가정을 해보자. 어느 치한이 차로 청와대에 접근해서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이다. 우선 얼굴에 "나는 치한이다"라고 적고 다닐 사람도 없겠지만 그런 험상궂은, 그래서 검문을 두려워하는 작자가 있더라도 간단히 삼청동을 피해 조금 더 돌아서(그래봤자 5~10분) 청운동 방향에서 차를 몰고 내려와 작전을 수행하면 그만이다. 일정 통로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정밀한 검문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3. 천 원단위로 올라가는 점심값(그리고 거기에 놀라지 않는 시민)

뉴욕주의 아주 작은 도시에 본사를 둔 어느 회사에 종사한 적이 있다. 도시가 얼마나 작은지 그 흔한 버거킹도 없었는데(맥도날드는 있었음) 재밌게도 중국집은 4개나 있었다. 12년 동안 본사를 왔다 갔다 하며 자주 다니던 "Chan's"라는 식당에서 내가 가장 많이 먹던 "Shrimp with Lobster Sauce"라는 점심 식사 메뉴는 같은 시기에 대략 $4.75 에서, $4.95, $5.25, $5.45, $5.95 식으로 조금씩 올라갔다. 내 기억으론 12년 동안 한꺼번에 1달러가 오른 메뉴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중화요리만이 아니었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데니스(Denny's) 같은 일반 음식점도 cent 단위로 음식 가격을 조정했다.

그런데 500, 100, 50, 10원 하물며 아직 1원짜리까지 존재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점심 식사 가격이 거의 1000원 단위로만 올라가는 걸까? 더군다나 이젠 결제를 카드로 주로 하기 때문에 동전 바꾸는 문제도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뚝배기 불고기가 특히 맛있는 자주 가는 식당이 있는데 2011년 봄까지 5000원하던 것이 여름에 6000원 그리고 1년 후인 2012년에 7000원으로 오른 후 지금도 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인상이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4년 사이에 2000원이 올랐다는 것은 퍼센트로 따지면 40%, 즉 매년 거의 10%가 상승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다고 하는데 적어도 서울 경우에는 둘 중에 하나가 확실하다. 물가 측정에 직장인의 일반 외식비는 포함이 안 되었든지 식당들이 물가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가격을 올렸든지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1000원을 돈 취급하지 않는 우리 문화다. 즉, 곰탕 값이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라가면 졸지에 20%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며 분개해야 하는데 그렇게 반응하지 않는다. 겨우 천 원? 식자재 가격도 올랐겠지... 이런 태도다 (물가 상승률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면 식재료 값이 그렇게 올라갔을 리가 없다 - 상승률이 2011년 4%, 2012 2.2%, 2013년 1.3%, 2014년 1.3%, 2015 0.7% 이라면 복리로 따져도 5년 간 9.8%) 만약에 다른 제품이 한 번에 20%씩 오른다면 어떨까? 2500만원 하던 소나타가 1월부터 3000만원으로 또 100만원 하던 삼성 노트북이 120만원으로 상승했다고 상상해보라. 식비가 이런 식으로 상승하는 것을 놀랍게 여기지 않는 국민성이 정말로 놀랍다.

PS. 통계 식비 인상률이 만약에 높지 않다면 수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요즘 김밥으로 때우기 때문일 수 있다.


4. 홍보하는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이복동생 같은 느낌을 주는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위력에 눌려서 눈치 보며 판정을 내리는 감을 준다. 그래서인가? 며칠 전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헌법재판소에 관한 홍보 광고를 들었다. 말이 안 된다. 헌법 재판소가 왜 광고를 하며 홍보가 왜 필요하냐는 거다. 필자는 외국에 살면서 예를 들어 호주의 Superannuation(국민연금)이나 미국의 Homeland Security(보안국)이 시민을 위한 안내 홍보를 하는 것은 봤지만 기관 자체를 그것도 한 나라의 대(헌)법원의 정체를 홍보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

비단 헌법재판소만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등 수많은 정부(지역자치제)기관이 TV, 라디오, 인터넷, 신문 광고를 남발한다. 예산이 있으니까 써야 한다는 취지일까? 이런 기관에 홍보 예산을 책정하자는 것은 대체 누구 아이디어로 어떻게 시작했을까? 국민의 세금을 낭비 안 하려면 이런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

... 그런데 아무리 예산이 있어서라고 해도 나라에서 가장 무게가 있어야 하는, 근엄하고 정의로움이 우선이어야 하는 헌법재판소가 자체를 홍보하는 것은 왠지 이상하고 그 자체의 격을 낮추는 느낌이다.

5. 자국보다 외국에서 훨씬 더 저렴한 삼성/LG 전자제품

며칠 전에 HDTV를 예로 들며 동급의 삼성이나 LG 제품이 미국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한국 제품을 미국에서 직구하여 20-35%의 이득을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취재진이 왜 그런가를 묻자 제조사들은 "생산 기지가 달라 원가 차이도 크지만, 미국은 유통업체가 주도해 대규모 할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유통구조를 핑계 댔다. 그런데 질문이 있다. 유통 구조가 차이라면 삼성/LG 개열의 자체 소매점(예를 들어 삼성프라자)의 가격을 대폭 줄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마트나 다른 대형 매점보다 더 싸게 많이 팔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정말로 정말로 필자가 의아한 것은 왜 이 문제를 언론에서 더 공격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왜 정부에서 이런 사업 행위를 규제하지 않느냐는 거다. 물론 가끔씩 정부의 감사 내지는 검찰 수사 같은 "털기"를 통해 과세/과태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해봤자 부당이익을 다 뱉어내는 경우가 드물거니와 정작 손해를 본 소비자는 그냥 봉으로 남는다.

*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김태성)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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