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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닥터 | 서울시에 또 '영어위기'가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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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국가, 도시를 홍보하는 것이 유행이다. 특히 한국에 그 열기가 근래에 엄청나게 뻗친 것 같은데 광역시와 도 차원에선 물론이고 중소 규모 도시마저도 홍보에 나선다. 그런데 그런 홍보 구호를 외국어로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지역에 대한 인상이 외국어를 이용해야 더 멋지고 운치 있게 느껴진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사실 우리 나라에선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도 같다(거의 모든 카페 이름이 외국어인 것을 보면). 문제는 외부, 즉 외국인이나 해외를 향한 외국어 문구가 엉터리로 지어지는 것이다.

며칠 전, 지난 13년 동안 서울시의 홍보문구였던 "Hi Seoul"을 대체할 후보 세 개가 선정됐고, 10월 26일까지 시민의 의견을 모아 그 중 하나를 결정하겠다는 뉴스를 봤다. 홍보문구 후보는 Seoul Mate, Seouling, I Seoul U.

물론 민주적으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표가 우리가 아니라 외부를 향한 것이라면 필요에 맞게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미 이 "Hi Seoul"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도 있는데(도대체 "Hi Seoul"이 어때서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번에도 이의를 제기한다고 내가 서울시나 시장을 특별히 미워한다고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서울의 새 홍보문구에 대한 한 뉴스 인터뷰에 나온 외국인은 "아! 이제 이해가 되네요. 처음에는 좀 이상했어요" 식의 말을 하며 점잖게 반응했지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즉, 설명이 없으면 외국인에게 서울시의 새 홍보문구는 이해불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외국인에게 서울을 어필(appeal - 매력 있게 느끼게)하려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새 홍보문구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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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장, 문구, 단어의 차이

뉴욕은 풀어 쓰면 문장이지만 매우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I♥NY, 즉 "나는 뉴욕을 사랑해요(I love New York)"라는 홍보문구를 채택했다. 또 말레이시아는 "Malaysia, Heart of Asia"라며 자기 나라가 아시아의 중심 또는 아시아에서 사랑이 가장 넘치는 곳이라고 짧은 문구로 자랑한다. 특히 서양에서 시와 노래 또 구호와 표어에 많이 이용하는 이중 압운을 잘 활용한 사례다. 가깝게는 부산이 한국의 제2 도시로서 그 역동성을 강조하고자 Dynamic Busan이라는 짧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구를 채택했다.

이렇듯 구호는 문장(Sentence)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몇 개의 단어를 모아 구(Phrase)로 만들 수도 있고, 단 하나의 단어(Word)를 쓸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요(Main) 단어다. 위의 예를 보면 뻔하지만 국가나 시는 당연히 모두 고유 명사다. 따라서 고유 명사를 다른 명사로 잇거나 고유명사를 다른 명사로 변형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2. Seouling

필자의 추측인데 지구인, 즉 earthling을 모방해서 고안한 글 같은데 우선 earthling이라는 말은 외계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상에서 이용하는 가상의 단어다. 한국 사람 또는 브라질 사람이 세계 인구를 가리켜 earthling이라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이런 식으로 ing를 붙여서 어떤 존재를 지칭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또 다 알다시피 ing를 단어 뒤에 붙이면 진행형 동작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동사 eat에다가 ing를 붙이면 eating, 즉 "먹고 있다"가 된다. 만약 bottle이라는 명사에다 ing를 붙이면 진행형 동사로는 We are bottling some peaches(병에 복숭아를 채워 넣고 있어요), 형용사로는 Coca-cola bottling plan(코카콜라 병입 공장) 식으로 쓰이는 bottling이라는 단어로 변형된다. 주로 동사 또는 형용사로 바뀐다는 것이다. 하지만 Seoul에 ing를 붙였다고 Seoul이 형용사는 될 수 없다. 동작이나 진행을 나타내려고 했다면 더 어색하다.

서울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진행형'으로 ing를 붙여 "서울시를 경험하자"는 의미까지 포함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목표였다면 친구끼리 약속 잡을 때 흔히 "Let's do lunch." 하는 식으로 "Let's do Seoul!"이라고 했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Let's do Paris" 또는 "Let's do Europe"이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그런데 상상해 보시라. "Europing" "New Yorking"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외국인은 물론 우린 뭘 떠올려야 할지.

또 서울 발음이 soul과 비슷하다고 loving처럼 souling을 떠올리게 하려고 했다면, souling이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자비로 국제 영어교육 마케팅을 장기적으로 펼치지 않고선 외국인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3. I. Seoul. U.

너무 뻔해서 적을 필요도 없겠지만 글자 I와 U 사이에 있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글 또는 특수문자는 당연히 ♥ 이다. 즉, I ♥ U 대신 I. Seoul. U. 를 누가 생각해낸 모양인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서울이, 아니 어느 도시도 동사를 나타내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만약에 I. New York. U.(도대체 왜 마침표를 찍었는지조차도 모르겠다)라고 한다면 아무리 뉴욕이 금융의 수도라지만 뻔히 "난 뉴욕을 당신에게 할 거야"라고 적혀있는 글을 보고 "난 최고의 금융 도시인 뉴욕을 당신에게 선사합니다"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가능하다고 한들 서울이 뭘 의미하는가 말이다.

I. Paris. U., I. Tokyo. U., I. Rio de Janeiro. U., I. Nairobi. U. ..... ㅋㅋㅋ

위에 언급했듯이 soul이라는 의미를 추구한 거라면 아마도 엄청난 혼동과 교육이 불가피할 것이다. 왜냐하면 I soul you라는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soul은 명사) 그 의미를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4. Seoulmate

우선 soulmate 즉, 영혼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명확한 뜻이 있는 단어와 비슷한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mate는 생명체를 의미한다는 거다. 도시에 생동감이 있다고는 말해도 도시를 생명체로 표현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어색하다.

그리고 홍보 차원에서 이런 문구가 어떻게 이용 가능한지 고민했어야 한다. 예를 들어, Seoul, Your Seoulmate!라고 한다고 치자. 정말로 어떤 도시가 당신과 영혼이 통하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나? 또, Discover Your Seoulmates at Seoul! 같은 홍보 문구도 가능하겠지만 낯이 간지럽다. 이렇게 대놓고 pun(말장난 - play on word)을 이용하는 것을 적어도 원어민들은 매우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로 느끼기 때문이다. 아마 ebs-FM에서 들은 것 같은데 "Seoul, Soul of Asia" 도 같은 맥락에서 오그라듬이다.

5. 몇 가지 제안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이 현재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또 필자가 이전에 서울에 대한 블로그에서 적었듯이 외국인들이 왜 서울에 대해 열광하는지를 파악하여 적합한 구호를 만드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중국인에게 우리의 인기도 높지만 특히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서울의 빠르고 바쁜 문화를 사랑한다. 따라서 빠른, 바쁜, 다이내믹한 서울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문구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Seoul, Where the Party Never Stops (친숙한 문구지만 정식 구호로 지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 Your 24-hour World Capital, Seoul (끊임없이 돌아가는 세계의 수도. 서울을 앞에 써도 무관함.)
- Seoul Never Stops (멈추지 않는 서울.)

위와 같은 문구는 Seouling, Seoulmate, I. Seoul. U.와 달리 우선 느낌이 금방 와 닿고 벌써 동영상으로 어떤 이미지를 펼쳐야 할지 상상이 가는 것들이다

필자 생각에는 다국적 홍보 대행사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어색하지 않고 적절한 문구가 얼마든지 있을 거다. 서울시가 적절하고 멋진 홍보문구를 찾기를 바라면서...


*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김태성)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