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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내가 경험한 선진국보다 우수한 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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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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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우리나라에 암울한 일들이 많았다. 따라서 자기 팔자와 신세를 탓하게 될 수 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하여 좀 더 밝고 희망적인 2015년을 맞이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에서 아래 글을 적는다.

어려서 미국에 이민을 갔지만 직장 생활을 주로 한국에서 한 필자는 지난 25년 동안 처음에는 외국인으로서 지금은 돌원(돌아온 원주민 ㅋㅋ)으로서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물론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내가 아는 선진국에 비해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아래 목록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반영한 것이며 더 좋은(또는 더 나쁜) 예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1. 의료제도와 종사자들이 우수하다.

난 강북 어느 병원에서 너무 신 나는 일을 겪었다. 병원에서 무슨 신 나는 일이냐고 하겠지만 잘 들어보시라.

그 전 주에 방문했을 때 초음파 검사와 동시에 했어야 할 혈액검사와 흉부 X-ray를 나와 와이프가 둘 다 잊어버렸던 것이다. 간호사에게 안내 전화를 받고 오후 4:35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두 사람 피 뽑는데 1분 (오후라서 약간 한가한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늘 서너 명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기다린 적이 없다), 흉부 X-ray 찍는데 대기 시간까지 해서 5분, 즉 총 6분 안에 두 가지 검사를 끝냈다. 국민보험 공제 후 총비용 9,980원. 난 "우리나라 만세!"를 외쳤다.

알고 있다. 신해철 의료사고, 성형 수술 남발, 사기 진료, 등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그러나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따졌을 때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미국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고 난 확신한다.

작년에 텍사스에서 한국을 방문한 어느 의사 친구가 한국 의료진은 너무 대충 대충 진료한다고 내게 화를 냈다(내가 의사인가 뭐?). 이모를 어느 서울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자기 의견은 들을 생각도 않고 무조건 처방하더라는 거다. 솔직히 나도 아이들 어렸을 때 소아과에서 의사와 1분 미만의 상담을 하고 나오면서 도대체 이렇게 간단하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친구가 잊은 것은 미국서 암으로 돌아가신 자기 어머니가 진단 받는 과정에서 3주를 기다려야 했고 진료비만 2만 달러를 치러야 했다고 나에게 했던 이야기다. 돈이 넉넉하거나 또는 고급 보험에 가입한 이에게는 미국 의료체계가 더 나을지 모르지만 일반인에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부여하는 한국 의료 시스템이 훨씬 우수하다.


2. 대중교통이 최고다.

난 2004년에서 2010년 사이에 동생이 소개한 미국 텍사스 휴스턴 외곽에 위치한 조용한 주택지에 살았는데, 1975년에 처음 조성된 이 커뮤니티는 말이 커뮤니티지 그 면적이 서울의 6분의 1이 넘는 중산층 도시와도 같았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커뮤니티 내에도 그렇지만 이 커뮤니티와 나머지 휴스턴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없었다. 즉, 차가 없으면 아주 비싼 콜택시 외엔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미국의 현실이다. 한국엔 아무리 작은 도시나 마을이라도 버스가 있지만 미국엔 지역 사정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볼로냐에 출장 가서도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얼마나 '유저 프렌들리'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볼로냐 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본고장이고 이탈리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도시다. 난 도서박람회 참가 중에 행사장에서 약 8km 떨어진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오고 가는 길에 호텔이 즐비했다. 돈 아낀다고 좀 더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지 않은 자신을 나무라며 그 도로를 왕래하는 딱 한 개 노선, 그것도 30분에 한번 오는 버스를 8시에 타고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적지가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버스는 등교생들과 행사장을 향한 이들로 이미 꽉 차있어서 더 이상 승객을 못 받는 것이었다. 멈추지 않는 버스를 멍청히 쳐다보는 정거장의 행사 참가자들을 보며 멀리 있는 호텔 잡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난 약간은 죄책감 어린 쾌재를 불렀다.


3.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태도나 업무 속도가 최고다.

때로는 너무 친절해서 가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의 무뚝뚝함보다는 백 배 났다. 사실 한국에 처음 발령받아 나왔던 1991년엔 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비생산적인데다 너무 불친절하다고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오늘은 전혀 딴 판이다(개인적 비리를 제외하고 말이다).

지난주만 해도 그렇다. 집 관련하여 군청에 갔었다. 세무과에서 취득세 등록 업무(신용카드 결제 가능!)와 주민등록등본 업무, 또 등기소 일까지 한꺼번에 했는데 총 30분이 안 걸려서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일을 다 마칠 수 있었다. 아내와 이런 말을 했다. "미국 같았으면 몇 시간은 마다하고 며칠이 걸려도 다 못했을 걸..."

또 인천공항 탑승 과정만 봐도 그렇다. 보안검색이 빠른 것도 빠른 거지만 친절하면서 위협적이지 않게 탑승자들을 잘 안내한다. 출입국 심사원의 업무도 신속하며 정확하다. 친절하고 빠르게,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빛을 내는 좋은 사례다.


4. 대중을 위한 기본 금융 업무/체계가 우수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예를 들겠다.

미국에 거주할 때 JP Morgan Chase 은행을 이용했다. 그런데 일반 통장에 평균 잔액 5,000달러를 유지하지 않으면 월 $8.95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2010년 기준). 또 즉시 이체란 상상도 못하고 잘해봤자 수표(이것도 개인 부담) 또는 매우 번거롭고 비용이 높은 Wire Transfer를 이용해야 했다. 요즘 무료 전자수표가 생겨서 그나마 좀 나아진 상태다.

난 한국에서는 일반 통장 3개를 이용한다. 수수료가 없으며 은행에 따라 적게는 0.35% 많게는 3.5% 이자 혜택을 받는다. 3.5% 계좌는 월 급여가 700,000원 이상 입금되고 한 번 이상의 송금만 하면 지불 조건이 충족되는 아주 편리한 통장이다.

또, 한국에서는 은행간 이체가 즉시 될 뿐 아니라 적어도 내가 이용하는 통장엔 이체 수수료가 없다(미국에서보다 낮은 잔금을 유지하는데도 말이다).

신용카드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카드를 결제할 때 일시불인지 몇 개월인지 본인이 지정하게 되어 있는 반면 미국에선 그런 선택 사항이 없다. 몽땅 청구서에 포함되고 그 대신 자기 한도 내에서 최하의 원금과 이자를 나타낸 금액만 매달 지불하면 된다. 언뜻 들으면 매우 좋은 제도 같지만 청구서에 적혀있는 대로 최하 요금만 내다보면(사람 심리가 그러니까) 원금 상환이 거의 안 되기 때문에 빚더미에 오르기 딱 좋은 방안이다.


5. 한국 우체국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작년에 둘째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갔다가 딸이 이용하던 컴퓨터를 소포로 보낸 적이 있다. 점심시간이라 우체국 직원은 딱 2명, 기다리는 이는 약 20명. 거기다가 일하는 사람들이 손님과 또 자기들 사이에 잡담까지 늘어놓으며 세월아 네월아 하는데 족히 30분은 기다렸던 것 같다. 또 한국과 달리 포장 도구가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박스 사려 줄 서고, 테이프 따로 사고, 아무튼 상당한 번거로움 끝에 소포를 보낼 수 있었다.

한국 우체국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한국엔 우선 포장을 쉽게 할 수 있게 선반 위에 테이프, 끈, 가위, 칼, 접착제, 하물며 돋보기까지 배치되어있다. 또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새 직장 근처에 우체국이 없다는 핑계로 요즘 우체국 심부름을 주로 아내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컴퓨터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미국에 뭘 보내면서 정확한 우편번호를 몰라 컴퓨터를 이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내가 다니던 안국역 우체국에는 여자 보안관이 한 분 계셨는데 노인들을 거드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영어도 능숙한지 어리둥절해하는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또 근무자들의 친절함과 업무 속도는 세계 우체국업무 대회가 있어 참가한다면 틀림없이 1등을 차지하리라 보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빠른 항공 운송인 EMS 이용 시에는 모든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데, 난 소포를 많이 보내봤지만 한 번도 1, 2분 이상 소요된 적이 없다. 미국 우체국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이고머니나!'다. 거기다 '한국서 발송되었습니다', '도착지에 닿았습니다', '수취인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등을 실시간으로 문자로 알려온다. UPS나 DHL을 이용하면서도 난 이런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위에 나열된 주제 외에도 우수한 면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면 완벽하지는 않으나 기본적인 사회 지지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인지와 자부심에 우리 모두가 한 걸음 더 힘차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인데, 싫다면 난 혼자라도 계속 한국의 팡파르를 불 각오가 되어있다.

*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