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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을 사랑하지 못하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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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MET CHILD
Shutterstock / Press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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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운 좋게도 상당히 많은 나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러 국가의 좋은 점만 모아서 새 형상을 추구하면 이상적일 것 같지만 사실 조화라는 것이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고우영 작가가 그린 '만화 삼국지'가 생각난다. 주인공 유비를 원문에 나온 대로 그림으로 옮긴 부분이 있는데 따로따로 묘사되었을 때는 듣기 그럴싸하던 것이 복합체로 그려졌을 때 얼마나 흉측한지 무슨 얼간이 원숭이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면 가상 혼합 국가를 상상해보라. 푸른 스위스 알프스에 덩그러니 서 있는 총천연색 태국 사원 앞을 지나가는 캥거루 무리(이런 그림을 보고도 '깬다'는 말이 저절로 안 나온다면 그 사람은 매우 절충적인 인간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감각이 없는, 눈치 없는 인간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봐. 우리 것이 최고지."라고 하며 아무 변화도 개선도 추구하지 않는 것도 옳지 않다. 그래서 더 잘하자는 차원에서 외국인이 한국을 더 사랑하지 못하는 3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1. 현수막

펄럭이는 것은 국기만이 아니다. 한국 어디서나, 특히 지방도로를 지나갈 때 또는 선거철에 빼놓을 수 없는 거의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수막을 대부분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지나치지만 외국인들은 보고 놀란다. 이런 현수막 행렬은 사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데, 좋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엔 모든 게 풍부하고 조달이 잘 되어서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한때 거주하던 텍사스에는 대형 자동차 딜러가 수백, 수천 대의 자동차를 주차장에 전시하고 팔았는데,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홍보하는 자체 현수막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가끔은 신장개업 홍보용으로 건물 지붕 위에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도 눈에 보였다. 아니면 일 년에 한 번 있는 마라톤 경주를 알리기 위하여, 즉 지역 활동 홍보 차원에서 잠깐 도로변에 걸렸다가 행사를 마치면 곧바로 거두어졌다. 또 몇 년 전에 프랑스 니스를 갔을 때, 낙후된 건물이 빽빽한 Old Town을 걸으면서 왜 눈에 별로 거슬리는 게 없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주렁주렁 걸린 현수막도 볼썽사나운 대형 오색 간판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불법 현수막을 현재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르지만 제안이 있다. 모든 현수막 제작에 QR코드를 입력하게 하여 합법성을 가리고 다음엔 현수막-파파라치를 권장하는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웬만한 현수막에는 전화번호 또는 적어도 행사 내용이 적혀 있으므로 불법일 경우나 아예 OR 코드가 없을 경우 그 현수막을 걷어 오는 사람에게 10,000원씩 주는 것이다. 한 시간만 열심히 수거해도 100,000원 정도 버는 것은 눈 깜짝할 새일 것이고 지자체에서는 돌아서서 현수막 배포자에게 벌금을 100,000원씩 매기면 된다(2-3만 원 하는 현수막도 있기 때문에 벌금이 어느 정도 부담되지 않으면 그런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 이런 걸 보고 일거양득이라고 한다고 하던가?


2. 안전불감증

출근길 약 1분 내에 어떻게 보면 매우 비슷한 또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벤트를 목격했다. 즉 횡단보도를 막 건너려는 초등학생 친구 둘이 빨간 불을 무시하고 질주하는 스쿠터에 놀라 기겁하는 모습과 또 어느 형제가 스쿠터 앞뒤에서 내리며 태워다 준 아빠에게 환한 얼굴로 꾸벅 인사하는 모습이었다(귀여운 것들...ㅋㅋ). 물론 전자는 설명 없이도 우리나라의 오토바이/스쿠터 무법 주행을 잘 대표한다. 그렇다면 후자의 문제는?

이 행복한 부자지간 중에 헬멧을 쓴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관건이다. 화기애애한 상황이지만, 아주 작은 사고로(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세월호 같은 대형사고로) 온 집안이 초상집으로 바뀔 수 있다. 난 미국과 호주에서도 살았었는데 선진국가일수록 아이들 보호가 유별나다. 오토바이나 스쿠터는 물론이고 롤러블레이드나 자전거를 탈 때도 꼭 헬멧을 착용시킨다. 22개 주에서 아동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고 만 20세 또는 17세 미만의 오토바이/스쿠터 헬멧 착용은 47개 주가 의무화한다(예외: 일리노이, 아이오와, 뉴햄프셔). 반면에 성인 오토바이/스쿠터 헬멧 착용은 30개 주에서 선택사항이다. 친구 그렉이 헬멧없이 오토바이를 모는 것을 보면서 내가 살던 텍사스에도 성인 헬멧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데 필자 생각에는 궁긍적으로 '멋'을 더 중요시하는 인간들이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보다 정치 영향력이 더 커서다(할리데이비드슨 애호가들, 당신들 이야기예요!).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안전은 우리의 책임이다. 그런데 모든 오토바이/스쿠더 탑승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문제는 법이 아니라 그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산발적인 단속을 피하며 위법으로 지적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느슨해진다. 즉 솜방망이식 법 행사가 자초하는 것은 기한이 지난 케이크를 팔아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스쿠터가 신호를 위반해 아이들을 다칠 뻔하고, 레커차가 사고현장에 급하게 출동한다고 위험천만하게 역주행을 하고, 또 대기업이 직원을 치명적인 미세물질에 노출시키는 그런 사태들이다.


3. 냄새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가 김건모의 '냄새'다. 물론 님의 향기를 묘사한 노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는 냄새가 중요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냄새 하면 김치 냄새, 청국장 냄새, 마늘 냄새가 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정말로 못 참는 것은 이런 냄새가 아니다. 한국에 오면 당연히 다양한 음식 냄새를 맡을 것을 기대하고 있고 또 (무슨 몰상식한 인간이 아니라면) 그런 냄새를 맡아도 내색을 안 하려는 노력을 대체로 한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2년 전에 서울을 방문했던 사촌 형이 거리에 어떻게 휴지 한 장 안 떨어져 있느냐고 놀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경향신문사에서 정동극장을 향해 함께 걸어가다가 갑자기 훅 떠오르는 뜨악한 악취에 형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깔끔하고 한적한 우리나라의 대표 도로에서 이건 웬일? 낮게 파묻고 또 낙후된 우리 하수구 시스템이 문제인데 이런 사태가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난데없이 발생한다. 그러니 맑고 아름다운 파란 하늘 아래에 은행나무로 수놓은 운치 있는 도로를 걸으면 뭘 하나, 5감 중에 하나를 수도꼭지 틀듯이 잠그지 못한다면 말이다.

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잠깐 거주한 적이 있는데 날씨도 좋고 뭐 다 좋지만 여러모로 서울만 하지는 못하다. 그런데 한 가지 정말로 놀라운 점, 고로 선진국의 단면을 각인시키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도시 지하에 대형 트럭이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의 하수 시스템이 서울에서 부산 거리가 넘는 길이로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영화 다이하드 3을 본 사람은 브루스 윌리스와 새뮤얼 잭슨이 뉴욕에서 비슷한 터널 속을 트럭으로 운전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이제 점점 더 번쩍여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독서에 쓰는 비용은 나날이 줄어드는 반면 성형수술에 쓰는 돈은 세계 최고인 것처럼 너무 겉치레만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아무리 멋진 스카이스크레이퍼가 생겨도 그 밑에 도사리고 있는 취약점은 어떻게 하느냐 말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한 좋은 제안은 없다. 각 지자체가 작심을 하고 대형 인프라 투자를 하기 전에는 실현이 어려운데, 굳이 한 가지 추천하자면 우선 서울부터 개선하고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통신사/방송사에게 물리는 대신 이번에 새로 배정하려는 주파수를 싸게 주자는 것이다. 현실감을 따져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단순히 한 개인의 느낌이다.


이전에 '외국인이 서울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 5가지'라는 블로그를 올렸는데 혹시 그들이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좋아하고 있다는 착각 내지는 잘 못된 우월감이 조성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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