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태성 Headshot

서촌에서 친구 4명이 10만원으로 4차 가기

게시됨: 업데이트됨:
DEFAULT
 
인쇄

요즘에도 서촌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간첩이 아닌가 의심해봐야 하고 아니면 머리에 염색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강북 하면 삼청동, 북촌, 대학로 정도가 'it(거기)'한 장소로 알려졌었는데 요즘은 서촌이 부각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먹는 것이 싸고 한 골목에 다양한 먹거리가 집합하고 있어 편리하며 동시에 운치도 있다.

어제 필자가 직접 겪은 4차 경험담을 아래 공유한다.

1차 (6:30에서 7:30)
하룻밤에 4명이 10만원 아래로 돈을 쓰려면 계획이 필요한데 초반에 약간은 배를 채워야 나중에 비싼 걸 적게 먹는다. 그래서 우선 한국을 대표하는 치맥(도대체 치킨이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게 되었는지 모르겠... 아니 모두 너무 잘 안다... 전혀 안 고마워요. 전지현씨)집으로 향한다.
우리가 간 곳은 프라이드 한 마리를 시키면 감자튀김이 왕창 따라나오는 곳인데 치킨도 바삭바삭하고 옷을 입힌 감자튀김은 환상이었다. 더군다나 매장 밖에서 차디찬 맥주를 얼린 잔에 따라 마시는 그 시원함은 최고였다.
총비용: 28,000원 (치킨 16,000원, 맥주 3병 12,000원)

2차 (7:30에서 8:30)
서촌의 묘미를 살리려면 한 곳에서 너무 배부르게 먹지 않고 여러 군데 음식점 합핑(bar hopping에서 유래한 말)을 해야 제맛이다. 따라서 우리가 2차로 방문한 곳은 3면이 바다로 둘러져 있는 우리 복된 나라의 자랑거리 '회' 집!
우선 치킨과 감자튀김으로 어느 정도 허기는 가셨기 때문에 허겁지겁 손가락으로 들고 먹는 분위기에서 젓가락을 유유하게 흔들며 '캬!'를 외칠 수 있도록 소주와 '세꼬시'를 2인분만 시킨다. 소위 말하는 '쓰키다시'는 없지만 대신 번데기와 에다마메 그리고 김치 전이 나와 회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특히 일행 중에 회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김치전 쪽으로 몰면 되는데 어제는 이 '회 기피자'도 회가 맛있다고 냠냠 함으로 약간 모자란 느낌이 있었다). 4명이 2인분밖에 안 시켰다고 젊은 주인의 눈총이 약간 따갑지만 오늘 밤의 주 임무는 너무 배부르지 않게 여러 곳에서 즐기는 것이니까 상관 안 한다.
세꼬시는 잘게 썰어서 얼은 돌밭 위에 깔려 나오는데 그 고소함이란....(아! 또 침 난다).
총비용: 또 28,000원 (세꼬시 2인분 20,000원, 소주 2병 8,000원)

3차 (8:30에서 9:30)
서서히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시간이다. 파전? 주꾸미? 곱창? 뭔가 얼큰한 게 없을까? 동물 모형이 즐비하게 전시된 깔끔한 어느 식당에 들어갔더니 대합탕이 있다. 빙고!
뜨끈뜨끈한 탕에 하얀 조개가 숨은 채로 나오는데 가을바람이 으스스하게 느껴지면서 안성맞춤이었다. 청양고추를 몇 조각 떨어뜨린 얼큰한 안주 덕에 머리는 소맥 기운으로 몽롱한데 가슴은 시원하다.
총비용: 22,000원 (대합탕 10,000원, 맥주 2병 8,000원, 소주 1병 4,000원)

4차 (9:30에서 11:00시)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오락이 뭘까? 당구? 탁구? 골프? 남편 험담? 마누라 험담? 다 아니다. 1,2,3 차를 즐긴 후 당연히 연결되는 것은 노래방이다.
서촌은 먹는 것은 상당히 발달되었지만 노래/오락 시설은 조금 미약한 편이다. 할 수 없이 길 건너의 노래연습실(소위 말하는 '노래방'에는 '도우미'가 나오는 '비싼 곳'이라서 피한다)로 향한다. 한 시간을 시키니까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30분을 덤으로 넣어준다.
술이 적당히 취했으므로 객기 부리는 인간도 없고 마이크를 독차지하려는 인간도 없다. 또 노래에 취해서 술도 많이 안 마시려고 든다. 난 좋아하는 윤도현 곡을 몇 차례 뽑고 내 순서가 아닐 때는 흥겹게 탬버린을 흔든다.
총비용: 20,000원 (노래방 사용료 10,000원, 맥주 2 캔 8,000원, 새우깡 2,000원)

장장 4시간 반 동안 4차를 뛰며 소요된 비용: 98,000원.

집에 들어가니까 11:40분. 12시 전에 골인했으니 마누라님 인상 찌푸리는 일도 없고 비용을 돌아가면서 지불했으니 지갑도 아직 든든하다.

다음주에도 이 친구들과 '번개'가 계획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