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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청와대, 이런 건 빨리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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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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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이후 청와대 발 변화의 바람이 눈부시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 법률을 개정하기 전에도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와 행동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나날이다. 참모들과 격의 없는 대화, 직원식당에서의 직접 배식, 기자들과의 산행, 시민들과의 자연스러운 접촉, 민생 현장의 자연스러운 방문, 국방부 방문 때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악수와 사인 등등. 하루하루가 대통령의 파격 행보 때문에 즐겁다는 사람이 많다.

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한국 정치의 문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는 문제의식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한국정치의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운영의 문제가 크다는 얘기다.

제도를 바꾸어도 헌법을 바꾸기보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법령을 손질, 정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세력 간의 합의를 이루기 힘든 헌법을 고치느라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인사나 예산 등에 대한 집행 절차 등 허술한 법령을 촘촘히 다듬어 한 사람이 제왕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쉽고 효율적이라고 봤다. 또 보다 많고 다양한 유권자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 정당법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굳이 헌법을 바꾸더라도 정치세력 간의 합의가 어려운 권력구조문제에 매달리기보다 결선투표제 도입이라는 원포인트 개헌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모습은 한국 정치의 병폐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권위주의 청와대, 군림하는 청와대의 상징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통령 이외 사람의 청와대 내 이름표 패용'이다. 나는 이것은 대통령 의지로 금세 고칠 수 있다고 본다. 왜 누구나 다 아는 비서진, 각료 등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이름표를 달아야 하나? 이것은 미국, 일본 등 어느 민주 국가에도 없는 관행이다. 빨리 개선하길 기대한다.

청와대 경내의 명패 패용에 관한 나의 의견은 있지만, 나보다 더욱 잘 정리한 글이 있어 이것으로 대신한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전 정권의 초기에 조선일보에 쓴 '비정상의 정상화, 이름표를 떼어줘' 칼럼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청와대 이름표 착용 빨리 고치길 기대한다. 참고로 당시 청와대는 안 교수의 칼럼에도 굳건하게 명패 패용의 관행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