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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텔레그램 논란과 관련한 1990년대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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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을 처음 접한 것은 1997년.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지방에 있어서 접속이 안 된다고 해서 유니텔을 통해서 어찌어찌 아마존에 접속했던 기억이 난다. (약 1분에 한 페이지씩 떴다)

2. 그러던 것이 2년쯤 후인 1999년에는 집집마다 초고속 통신이 깔리고 그야말로 인터넷이 보편화 되었는데, 소위 O양 비디오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은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통을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3. 그때 나도 지방 검찰청에서 '정보화범죄(?)' 전담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만해도 통신이 지금과는 완전 달라서 인터넷을 통해서 직접 동영상을 내려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야동의 거래는 판매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목록을 올리면 구매자가 그것을 보고 메일로 주문을 하고, CD로 구운 야동과 돈을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4. 따라서 야동 CD를 판다고 올린 판매자의 아이디를 찾은 다음에 게시판을 운영하는 업체에 그 아이디를 쓰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묻곤 했는데, 대개는 전화로 물어봐도 가르쳐줬다. (그때만 해도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핸드폰 가입자 인적사항이나 통신 내역도 공문 하나면 바로 얻을 수 있었다) 좀 까다롭게 구는 경우에도 공문을 보내면 알려줬다.

5. 문제는 서버가 우리나라에 없는 외국 업체의 경우. 당연히(!) 가입자 인적사항을 안 가르쳐줬다. 가입자가 우리나라 사람인 것이 거의 분명하니 알려달라고 애걸 반, 협박 반 이메일을 길게 써서 보내면, "고객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한줄짜리 냉정한 답변이 오곤 했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 서버를 이용하는 사람만 바보같은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6. 그러던 중 한 포털 업체에서 이런 관행을 고치겠다고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즉 압수수색영장을 가져와야만 가입자 인적사항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7. 당연히(!) 수사기관에서는 분기탱천했다. 그때만해도 실명제 시절이 아니라 가입자 인적사항이 허위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포털 업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알려줘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발부에 꼬박 하루가 걸리는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오라고 하니 화가 난 것이다. 물론 거기다가 "어찌 한갓 사기업이 건방지게..."하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8. 지방에 근무하던 혈기왕성한 한 검사가 행동에 나섰다. 법원에 그 포털업체의 '서버 본체 자체'를 압수하겠다는 영장을 청구해서 발부받은 것. 법원에서도 서버 본체를 압수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영장을 내준 것 같다.

9. 그 검사는(누군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수사관들과 함께 그 영장을 들고 봉고차로 서울에 있는 포털 업체 본사에 들이닥쳤다. 회사에 있는 서버 본체를 뜯어서 차에 싣고 가져가겠다고 나선 것. (참고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그 시절만해도 저장된 정보에 대한 지식이라는 것이... 거의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미징' 같은 용어는 당연히 없었다. 당시에는 컴퓨터 자체를 들고 왔고, 조금 지난 다음에는 하드 드라이버를 뜯어왔고, 한참 후에야 이미징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10. 얼마 후에 그 검사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무용담을 들은 일이 있는데,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 포털업체의 임직원들이 정말 온몸을 내던져서 서버를 뜯어가지 말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만약 그때 서버를 뜯었으면 그 포털업체는 초기에 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참 겁을 주던 그 검사는, 그러면 이번에는 특별히 봐줄 테니 앞으로는 까불지 말라는 취지의 엄포를 놓았고, 그 다음부터는 전화 한 통화만 하면 가입자 인적사항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11. 그 황당한 무용담을 들으면서(당시만해도 나도 검찰에 있었으니 말하자면 검찰 마인드로 충만해 있었을 때인데도)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기억나는 생각 중에 하나가, 그렇다면 외국에 있는 서버는 어쩔 것이냐, 였다. 그리고 지금도 드는 생각은 그렇게 시작된 '협조'가 언제까지 갔을까, 지금은 괜찮을까, 이다.

12. 물론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필요하다. 또한 업체의 입장에서 국가기관의 요청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부가 그 동안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관련 절차를 얼마나 존중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사람들이 카톡 압수수색 관련 기사에 경악하는 것은 그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즉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업체가 응하는 것 자체) 이런 점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 이 점에서 카톡 압수수색 문제는 세월호 문제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어떤 분이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여객선 침몰 사건에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이 있느냐,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것은 '과제'일 뿐 취임 1년이 막 넘은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다, 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걸 봤는데, 그런 시각은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수백명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것을 보면서도 우왕좌왕하고 위만 쳐다보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보고 있자면, 그런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 청와대 실장을 비롯해서 공무원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말고 일사불란하게 자기 일만 할 것을 요구한 대통령의 책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쓰겠음)

13. 위에서 말한 사례는 십년도 더 된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그 몇 년 후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또 다른 검사가 발표자로 나서서 중국의 인터넷 규제를 칭송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변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것도 못 쓰게 규제한다)

14. 검찰의 '관련 기관 대책회의'에 카톡 임원이 참석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텔레그램으로 옮겨타는 것은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