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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1)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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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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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이번에야말로 해묵은 숙제를 해치워야 한다는 여론도 높고, 거의 전국민이 검찰개혁에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미 해답이 나와있는 것 같은 검찰개혁을 성공시키는 것은 막상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았음에도 지금까지 실패해온 것이 그 어려움을 웅변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5년 후에 과연 우리가 성공을 자축할 수 있을지 쉽게 자신할 수 없습니다. 지혜롭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참여정부 당시 강력하게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찰에서 이와 관련된 업무를 했고 그 이후에도 이 주제에 대해서 오래 고민을 하고 글을 쓰거나 발언을 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검찰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회에 걸쳐서 제언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대로 개혁된 검찰이란 과연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 어떤 수단을 써야 하는가,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가 등 전반적인 내용을 두루 담아보려고 합니다. 우선 첫 부분은 과거의 경험에 대한 반추입니다. 그 이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주제인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고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얘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론이나 다른 의견을 환영하고 기대합니다.

 


 
2003년 참여정부 첫해, 검찰개혁 논의를 둘러싼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어찌보면 섬뜩할 정도로- 지금과 똑같았다.
 
우선 첫째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최고도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검찰 고위직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 부패사건(현직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사건이 대표적)으로 이미 국민들이 검찰에 염증을 느끼는 분위기에서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는 마른 들에 불을 놓은 격이었다.
 
자기들의 잘못은 돌아볼 줄 모르고 '남 탓'만하는 천박함, 민주적 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이는 오만함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아, 이거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는 장탄식이 나오게 했다.
 
그에 비해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적임자로 보였다. 인권변호사 출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검찰의 무리한 영장 재청구로 구속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검사와의 대화' 현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현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라고 대대적인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고, 당시 현직이던 김각영 검찰총장은 그날 저녁 바로 사퇴해야 했다.
 
적어도 정치권과의 유착 얘기는 나오지 않았던 송광수 고검장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기용됐고 검찰은 고개를 숙인 채 개혁의 거대한 물결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은 그 당시 '참여정부'라는 기치에 발맞추어 검찰이 외부인사들을 참여시켜서 만든 '검찰개혁자문위원회(위원장 김일수 고대 교수)'가 열리던 모습이다.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백승헌 민변 사무국장, 서경석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등 평소 검찰과는 정 반대편에 섰던 인사들이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러 참석했다. 학계에서도 한상희 건대 교수 등 검찰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분들이 오셨다. 이번 정부에서 초대 법무부장관이 된 박상기 연대 법대 학장도 위원이었다. 당시 나는 대검찰청에서 막내 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선배들이 회의에 참석하러 들어오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서 짓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언론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강력한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들을 했다.
 
자 일단 여기까지만 놓고 현재와 비교해 보자.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그때와 똑같이 강하다. 진경준, 김형준 사건 등 검찰 고위직들의 부패 사건들과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건처리로 국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점에 이르렀다. 결정적으로 '우병우 사단'으로 상징되는 검찰의 정권 입맛 맞추기는 거의 전국민들이 검찰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모습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오래 인권변호사 생활을 하신 분이고 선거 때 가장 앞에 내세운 공약이 검찰개혁이었다. 예전 송광수 총장과 같은 자리에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명됐다. 역시 적어도 정치권과 유착했다는 비판은 받은 적이 없는 분이다.
 
법무부에서는 '법무, 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검찰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한인섭 위원장을 비롯하여 참여정부 시절의 '검찰개혁자문위원회' 구성원과 비슷한 분들로 채워진 개혁기구다. 14년 전과 다른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그렇게 시작된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어떻게 되었을까.
 
참담하게 실패했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놓고는 부문별로 그 성공과 좌절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심지어 참여정부에 근무했던 분들까지도 일치해서 실패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얼마 전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사개추 업무를 담당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쓴 인하대 김인회 교수와 함께 검찰개혁 관련 토론회를 한 일이 있는데 김 교수도 참여정부 당시의 검찰개혁에 대해 단정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게 좋은 상황에서 그렇게 강력한 동력을 가지고 도대체 왜 실패했을까. 그 원인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다음 번 글로 미루고 일단 당시 검찰개혁이 실패한 모습을 그려보면 이렇다.
 
새로 등장한 송광수 검찰총장은 정치권과 재계의 청탁을 거절해서 몇 차례 승진에서 물을 먹고 있던 안대희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켜서 일약 대검 중수부장으로 기용한다. (현재의 상황과 비교하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인사 불이익을 당하다가 일약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윤석열 검사장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은 SK비자금 사건에서 얻은 단서를 기초로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한다. 삼성, 현대 등 무소불위로 보이던 재벌그룹의 총수들이 모두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섰다. 소문으로만 돌던 정치 비자금의 실체도 낱낱이 밝혀져서 한나라당의 '차떼기'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선에 패배했던 이회창 총재는 검찰이 소환하기도 전에 자진해서 대검찰청에 출두해서 불법 선거자금 모금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국민들은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에 열광했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에게는 팬클럽까지 생겨났고, 그 팬들은 검찰청으로 '응원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본질(!)'은 물 건너 가버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을 깨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권을 십분 활용해서 속이 시원해지는 수사 결과를 내놓고 국민들이 이에 열광하자 검찰의 권한 축소 이야기를 꺼내기가 대단히 어렵게 되었다.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정권 출범 1년여 후에 나타난다. 당시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가 중수부 폐지였는데, 송광수 검찰총장이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대선자금 수사에) 불만을 품고 그것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단정하면서 "중수부 수사가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면 제 먼저 목을 치겠다."라고 일갈한 것이다.
 
'중수부를 폐지하려면 차라리 내 목을 쳐라.' 라는 검찰총장의 호기로운 발언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부적절하기 그지 없는 검찰 총수의 발언인데도 정치권은 별 얘기를 못했다. 그만큼 1년 만에 검찰에 대한 여론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검찰이 진정으로 개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그 후 참여정부 후기를 거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보인 검찰의 행태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검찰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위기를 넘긴 것이다. 나중에 다시 보겠지만, 오히려 더 퇴보했다고도 할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개혁 실패의 비극은 이 실패가 국민들의 실망이나 분노 속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환호와 찬사 속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면서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계속 활용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17년 검찰개혁을 앞둔 상황은 2003년 참여정부 때와 무섭도록 똑같다. 그때와 똑같이 한치 앞을 못 내다보고 다시 실패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정말 구조적인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치밀한 검토와 슬기로운 판단이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된다.
 
(계속 이어집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