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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고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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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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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이 진공상태다. 차라리 뇌물을 받고 직권을 남용했다면 왜 그랬는지 이유라도 알 수 있지, 대통령의 권한을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한 개인에게 넘겨주다시피 했던 연유는 짐작할 길이 없다.
 
극소수의 측근들은 이런 권력의 사통(私通)행위를 알고 있었고 실제로 돕기도 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청와대 비서진, 국무위원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조직이 중요한 결정에서 배제된 채 사실상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게 될 때 의심이나 망설임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오던 공무원들은 당장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그 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할 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 자괴감은 회복불가능하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때려 치우고 나오고 싶은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동안 허수아비로 살아온 데 대해서 대통령으로부터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해명을 듣지도 못 했다. 앞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게 될 때 의심이나 망설임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는 "부끄럽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 대통령 국정 운영 권능의 붕괴 사태다."라고 진단하면서 "박 대통령은 이 시간 이후로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고 그 분명한 행동으로 여당을 탈당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는 관심을 버리고 중립적 관리 역할로 남을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국 총리를 임명해 남은 1년간 경제와 내정을 맡겨야 한다."라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경제와 내정을 총리에게 맡긴다면 외치(外治)는 할 수 있을까. 국내문제에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그냥 내버려둘까. 무엇보다 안보는 어떻게 할까. 북한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그냥 지나칠까. 만약 진짜 위기가 온다면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국민들은 대통령이나 총리 중 누구를 따라야 할까.
 
내정과 외치를 구분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당장 사드 배치는 어떻게 되나. 미국이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하자고 하면 외교를 담당하는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가 혹은 예정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까지 포함해서 총리가 해야 하는가.


만에 하나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군을 통수하는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해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권위가 무너진' 대통령인가 혹은 선출되지 않은 총리인가.


 
북핵과 경제 문제를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상시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정부가 기능을 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필사적으로 일을 해도 위태위태한데 1년 4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을 임시변통으로 보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군을 통수하는 일은 누가 해야 하는가.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해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권위가 무너진' 대통령인가 혹은 선출되지 않은 총리인가.
 
정권 말이면 매번 혼란이 있었고 위기를 처음 맞은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크게 봐야 한다. 이 힘의 공백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은 철저히 해야 하지만, 지금 국정조사가 효율적인가 혹은 검찰 수사나 특검이 효율적인가를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이미 파국은 벌어진 셈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의 안전이 위협을 받거나 경제정책의 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8시 뉴스에서 뭐가 터질까 궁금해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사람들 얘기를 듣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의논을 해봐야겠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