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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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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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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저는 2006년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겨레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기고했다가 검찰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공수처 설치안'을 우리 당 당론으로 채택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된 상태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제 발언이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방향으로 강력하게 검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충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검찰의 부패, 그리고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것. 우리가 검찰 개혁을 외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살펴보다보면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외국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공약으로 검찰 개혁이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립을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영국 총선에서 검찰 개혁이 주요 이슈가 되었던 적은 없습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검사에 대한 접대 현상이 우리 대한민국에서만 있을까요? 왜 넥슨의 김정주는 아직 검사장이 되지도 않은, 일개 검사에 불과한 진경준 검사에게 엄청난 이익이 보장되는 주식을 주었을까요? 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검사들과 알고 지내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고 술, 골프를 접대하면서 환심을 사려고 할까요?
 

외국의 검사들이 우리나라의 검사들보다 특별히 청렴하거나 그 나라들의 검찰권이 올바르게 행사될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있어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검찰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수십 년째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의 검찰권이 잘못된 방향으로 행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올바른 방향이든 틀린 방향이든, 그 권한 자체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흔히 검찰개혁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구를 인용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진해야 할 검찰개혁의 방향은, 검찰의 권한을 줄여서 절대 권력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야지 그 권한을 유지한 채 올바르게 행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검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야당은 검찰은 원래 힘 있는 기관이라는 전제에서 못 벗어나서 그 권한을(절대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정의로운 검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를 못 합니다.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딱 이런 식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알기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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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경찰이 있습니다. 그런데 범죄와 직접 맞서게 되면 '오바'를 하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백을 받으려고 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추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경찰관이 성과급을 받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때문에 권한남용과 인권침해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검찰입니다. 수사지휘를 통해서 경찰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여러분이 생각나는 선진국의 모습입니다. 우리 검찰도 이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여기에 더해서 하나의 엄청난 권한을 더 가지고 있습니다. 전면적으로 직접 수사를 하는 권한입니다. 경찰은 수사를 할 때 견제를 받습니다. 그러나 경찰과 똑같이 직접 수사를 하는 대한민국 검사는 아무런 지휘나 견제를 받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이 센 겁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200여 국가 중에서 이런 검찰은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종으로나 횡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센 힘이 있기 때문에 검사에게 스폰서가 붙는 것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되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견제 없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김정주가 진경준 검사에게 주식 대박을 안겨준 것이고, 검찰이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교정하는 가장 심플하고 확실한 방법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것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같이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수사지휘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사권이 없는 검사에게 돈을 갖다 줄 스폰서는 생기지 않게 됩니다. 정권이 특정한 사건을 입맛대로 처리하게 하려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과 수사지휘를 하는 검찰 두 군데에 압력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어려워집니다. 이게 합당한 해결입니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런 검찰의 권한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림을 봐주십시오. 공수처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서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수사를 담당하는 권력기관이 지금도 외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센데 하나 더 만든다는 겁니다. 이게 합리적인 검찰개혁 방안이 될 수 있겠습니까?
 

공수처는 그 자체적으로도 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과연 검찰을 견제할만한, 제대로 된 기관을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실패 사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19대 때 만들어진 특별검사법과 특별감찰관 제도입니다. 현행 특검법에 의하면 사실상 여, 야가 합의해야만 특검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건 법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현행법에 의해서 특검을 실시한 일은 없습니다. 특별감찰관도 지난 2년간 아무 일도 안 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법사위에서 특별감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 서로 무안해집니다. 보고할 사항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얘기가 나오면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19대에서 특검법, 특별감찰관법을 통과시켜 준 것은 야당이 공수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분명히 새누리당은 공수처 안 하겠다고 버틸 겁니다. 그러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못 이기는 채 받으면서 양보하는 대신 내용에 손을 대겠다고 나설 겁니다. 지금의 특검법이나 특별감찰관 제도처럼 내용 없는 제도를 만들어놓을 것입니다. 검찰도 이미 그런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향후 검찰 개혁에 커다란 걸림돌만 될 것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검찰을 견제할만한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사를 해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처음부터 뇌물 사건 같이 어려운 사건 수사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절도, 교통사고, 음주운전 이런 사건들을 수년간 하다가 실력을 쌓아서 베테랑 수사관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경찰, 검찰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그게 될 수 없습니다. 검찰을 견제할 정도의 역량을 갖추려면, 공수처는 서울중앙지검 규모는 안 되어도 서울시내 검찰청이나 경기도에 있는 큰 지청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필요합니다. (서부지검 257명, 성남지청 192명, 참고로 특별감찰관실은 30명) 그런데 이 직원들은 승진이 안 됩니다. 올라갈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을 견제할만큼 우수한 인력이 공수처를 가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현재 특별감찰관실에 근무하는 수사관들은 로스쿨 졸업 2-3년차의 초보들입니다. 이렇게 구성되는 공수처가 어떻게 막강한 검찰을 견제하고, 뇌물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어려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겠습니까. 정원이 30명인 특별감찰관실도 베테랑 수사인력으로 채우지 못 하는데 어떻게 250명의 자원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정말 제대로 된 수사기관을 만들 수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에 유례없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있는 외에 그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기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비정상적인 것은 둘째치고, 만일 공수처가 지금의 검찰처럼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하거나 부패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공수처를 견제하는 또다른 기관을 만들까요.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그럼 대안은 무엇이냐고 물으실 겁니다. 간단합니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서 직접 수사를 못 하게 하면 됩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그렇게 합니다. 어떤 분들은 경찰을 믿기 어려워서 이게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검찰 개혁을 못 하는 겁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합니다. 선하고 정의로운 공수처가 등장해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검찰이 그 권한을 정의롭게 행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 의견이 절대로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국민의당과 합의해서 이미 공수처 법안은 발의되었습니다. 다만 이걸 당론으로 하지는 맙시다. 공수처는 20년 전인 1996년에 참여연대가 내놓은 방안입니다. 이미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오래 고민했고, 나름의 전문가라고 감히 말씀드리면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에 아무런 효과가 없고, 그 부작용만 엄청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공수처도 하고 검찰의 권한도 축소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방안은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근본주의자가 아닙니다.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때는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작은 전진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방안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해서 고민하고 공수처 법안을 발의하신 우리당 의원님들의 진심이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론으로 정하면 향후 검찰 개혁의 추진에 너무나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고의 존경심, 그리고 최대한의 존중을 담아서 공수처 설치를 당론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