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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관한 한여름 밤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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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 더위에 지친 몸을 위해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기사 아저씨가 라디오를 틀었다. KBS 9시 뉴스였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면서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발언이 나오더니 일부 의원들은 중국을 방문하며,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쪽 입장을 들어보고자 중국을 방문한 6명의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노골적인 비판을 전하는 뉴스였다.

앵커의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택시 기사가 혀를 찬다.

="아니,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야. 정부가 반대하는 데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중국에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현지에 가서 중국 쪽 입장을 살피고, 우리 쪽 의견을 전하는 게 뭐가 문제예요?

답답한 마음에 내가 끼어들자 기사가 황당하다는 어조로 맞받아쳤다.

="아니 우리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든 말든 중국 사람들이 뭐 때문에 난리를 피워요? 그리고 걔들이 그런다고 우리 국회의원들이 가서 머리를 조아릴 것은 또 뭡니까?"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 영토의 절반 이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하니 중국이 반대하는 거 아닌가요?"

="미국과 우리 정부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 핵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그럼 우리 정부 말을 믿어야지, 생짜를 부리면 어떡해요? 국회의원들도 그렇지, 우리 정부 말을 안 믿고, 중국 얘기는 믿겠다는 거예요?"

-"미국은 그동안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취해왔어요. 설령 미국 말대로 사드가 당장은 북한만을 감시대상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레이더의 감시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한나절도 채 안 걸린다고 하던데요. 중국이 미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까닭이죠."

="그렇다고 북한은 핵 개발 하는데 우린 아무것도 하지 말란 말이요, 허 참!"

- "물론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정부도 사드로는 수도권 방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잖아요? 우리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핵심 군 지휘시설과 주력부대가 위치한 수도권은 사드 방어망에서 제외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사드는 우리 영토와 국민보다는 미군과 미군시설 보호에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수도권 방어를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을 더 들여온다는 것 아닙니까?"

- "예, 그렇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그 비용이 얼마나 들지. 사드 배치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 정부는 우리는 토지만 제공하고 배치 및 운용비용은 미군이 부담한다고 말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는 우리가 미국에 지불할 방위분담금 내에서 배치 비용을 사용한다고 말을 바꾸고 있어요. 결국 우리 돈으로 사드를 운영한다는 것이죠. 거기다가 수도권 방위를 위해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또 들여와야 한다면 우리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잖아요?"

="그거야 할 수 없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서 우리를 위협하는데 우리가 가만있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도대체 사드 말고 우리한테 무슨 대안이 있는지 한번 말해보세요, 나 원 참!"

- "사드나 패트리엇 등으로 아무리 방어망을 갖춘다 해도 , 북한 핵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생각해보셔야죠. 미국의 군사전문가(마이클 엘먼)는 북한이 미사일을 한꺼번에 20기 이상 쏘아대면 사드로 다 막을 수 없다고 해요. 그래서 만약 20킬로톤의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 미사일이 우리의 방공망을 뚫고 수도권에서 터진다면 반경 5킬로미터 범위에서 4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고, 그 핵무기의 무게가 1000킬로톤이 넘을 경우엔, 서울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5백만가량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그는 추정해요.
결국 북한의 핵문제를 군사력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외교가 필요한 거지요. 그런데 사드 도입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와 이런 외교적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는 겁니다. 개성공단을 없애고,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놓고선 이제 와서 사드 도입밖에 대안이 없다고 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 "그럼 또다시 북한에 퍼주자는 거예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에 퍼주기를 하는 동안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했잖아요? 북한은 언제나 우리를 속이기만 했다고요. 우리가 퍼준다고 한들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햇볕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요."

- "맞습니다. 우리가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받는 것이니까요. 기사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6.25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60년 넘게 휴전상태에 있는 거지요. 북한은 평화협정을 체결해 이런 상태를 끝내자고 요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을 위협하지 말고 체제를 보장해달라는 것이지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누가 뭐라고 해요? 북한이 핵을 만들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하니까 제재를 가하고 위협을 하는 것 아녜요?"

- "아저씨는 북한이 왜 그러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와 미국이 파병까지 해 지키려고 했던 월남이 전쟁에서 지고 베트남이 공산주의로 통일되는 것을 지켜본 박 대통령이 남한 체제를 지키는 수단은 핵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북한도 마찬가지죠. 1990년대 사회주의권이 붕괴하자 북한을 지지해온 소련과 중국은 남한과 수교했어요. 소련과 중국이 북한과 맺은 상호방위조약도 의미가 없어졌고요. 그러나 남한의 우방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북한을 승인하지 않았지요. 북한이 느낀 위기감은 1970년대 박 대통령이 느낀 것보다 훨씬 컸을 겁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이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체제를 보장하는 길은 핵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북한이 핵개발을 한 게 잘했다는 것은 아녜요. 북한이 핵을 개발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려는 길에 밑돌을 깔아줬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가장 고통을 겪는 것은 우리 한민족이에요. 혹시라도 다시 전쟁이 난다면 우리가 해방 후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어버려요. 그러니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가 나서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해요. 그것은 이 지역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는 북한에 핵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수교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돕는 것이죠. 그리고 서서히 남북이 체제의 차이를 줄여가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을 향해 나가면 좋지 않을까요?"

한참 서로 열을 올리다 보니 어느덧 집 앞이다.

="손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더 헷갈리네요. 내가 라디오에서 정부의 발표도 듣고, 전문가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지만, 손님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나라 언론이 한참 기울어져 있어서 그래요.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그게 국인인 양 이야기하잖아요. 하지만 진짜 국익을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정부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그 정책이 국민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제대로 살펴서 전해야 할 텐데 그런 언론이 적으니 참 큰일이지요. 중국에 간 의원들이 사드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진정한 속내를 제대로 살펴 오고 정부는 그것을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이용하고, 그러면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요? 어쨌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네요. 더운데 수고하세요."

차 문을 열고 나오니 논쟁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열대야의 공기가 훅하고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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