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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가는 작품의 진위를 구별하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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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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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3대 미술품 감정기관은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다.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 임경식이 2002년 당시 밝힌 위작실태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01년까지 감정한 작품 2,525점 중 진품은 68.5%, 위작이 29.5%, 감정불능이 2.1%이었다. 한국미술품감정원도 근래에 위작에 대한 자료가 포함된 자료집을 발간한 바 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발간한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 동안 감정한 작품은 562명 작가의 5,130점이다. 이 중 26%인 1,330점이 위작으로 결론 났다. 이 책에서는 위작 비율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는데, 위작 비율은 2003년 25%에서 2004년 32%로 높아졌다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20% 내외를 기록했으나 2011년 34%, 2012년 32%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작가별 감정 작품 수와 위작 비율은 천경자가 327점(위작 99점), 김환기 262점(위작 63점), 박수근 247점(위작 94점), 이중섭 187점(위작 108점), 이대원 186점(위작 24점), 이우한 171점(위작 7점), 박생광 57점(위작 21)이었다. 앞선 두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감정 결과 대략 4점 가운데 1점이 위작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국내 미술계의 상황에서 이우환은 위작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미술품 감정평가원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감정한 이우환의 작품 171점 중에서 위작은 7점이 있었다. 확실히 이우환의 작품은 다른 작가보다 위작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생존 작가인 이우환이 숙련된 기술로 비구상 작품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위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제미술과학연구소는 이우환의 진품 6점을 기준으로 위작 의혹을 받는 이우환의 1970년대 후반 작품 13점에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을 시행했다.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을 마친 각 감정기관은 경찰이 압수한 13점이 모두 위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감정 결과에 따르면 용의자인 현 모 씨와 이 모 씨가 이번 위작 작업에 사용한 화포 중에는 2010년 이후 제작된 것도 있었다. 이들은 작품이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화포와 캔버스 틀에 덧칠작업을 했다. 이 화포와 함께 사용된 캔버스 틀에는 1960년대 이전에 생산된 수제 못과 1980년대에 생산된 고정 침이 혼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사용되었던 고정 침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못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소금물에 담갔던 것이라는 표구상의 진술도 확보된 상황이다. 또한 위조범들은 이우환이 사용하는 안료의 반짝반짝한 질감을 따라 하기 위해 대리석과 유리를 빻아 물감에 넣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안료분석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이우환은 6월 29일 두 번째 작가감정을 마치고 다음 날에 기자회견을 열어 위작의혹을 받는 13점이 모두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우환의 진품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위작 화가 이씨, 위작 유통상 현씨, 위조 유통책 이씨를 구속했다.

위작 의혹을 받는 작품 자체에서 드러나는 위작에 대한 증거 외에도 이우환이 직접 사인했다는 작가증명서도 큰 논란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감정기관에 의해서 위작 판별된 작품 중 일부를 인사동 K화랑에서 구입한 한 구매자는 현대갤러리를 통해서 작가확인서를 받았다. 최근 이우환은 현대갤러리 대표 박명자와 공간갤러리 신옥진 대표에게 '대신 감정' 위임장을 써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위작 사태와 관련하여 현대갤러리 측은 이우환의 작품과 이우환을 연결하는 역할만 했다고 발을 빼면서 위작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이우환의 작품을 통해서 이익을 추구해온 갤러리임에도 불구하고 위작 시비가 일어나자 꽁무니를 빼는 모습은 비겁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현대갤러리가 대신 감정 권한을 사용하여 작가확인서를 발급한 경우라면 현대갤러리의 감정능력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우환의 말대로 이우환이 직접 작품을 보고 작가확인서에 사인한 것이라면 이우환은 자신의 작품의 진위 여부를 100% 정확히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이우환과 일부 미술계 인사들은 외국의 경우 위작 시비가 발생했을 때 생존 작가의 의견이 우선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 물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작가 의견이 첫 번째라는 주장은 존중할 만한 것이다. 사실 과학감정도 오차나 오류가 있으므로 맹신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진본 확인은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을 거친 결과를 전면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일 수 있는가? 이우환은 자신의 작품 일련번호를 헷갈려서 중복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자신이 1978~9년도에 작품을 100점을 했다고 말했다가 최근 기자회견에서는 300점을 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우환은 자신이 수없이 많이 그린 과거의 그림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작품을 다 기억할 수도 없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강변할 수 있단 말인가. 이우환의 위작 의혹 작품 13점이 모두 진품이라고 강변하는 근거인 자신의 고유한 호흡, 리듬은 주관의 영역이지 객관의 영역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작가의 진위판단을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는 국내 사례는 고 윤중식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윤중식 작가는 2007년에 자신의 작품 <아침>(1976)을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작품을 취급했던 서울옥션과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는 안목 감정을 통해서 진품이라고 판단했으나 작가는 위작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3년 후 1976년 부산현대화랑 도록에서 <새벽>이 실린 것을 보고 결국 본인의 작품임을 인정했다. 이는 위작과 진작을 가리는 사안에 작가의 주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국내사례 중 하나로 꼽혀오고 있다.

만약 이우환이 경찰 측에서 압수한 13점이 위작임을 인정한다면 이우환 작품 소장자들은 그와 관련된 갤러리에 크게 항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술시장은 또다시 당분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특히 이우환의 작품을 취급해온 현대갤러리, K옥션의 신용은 한동안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우환과 더불어 한창 국제 미술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위 단색화 전사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가나아트센터와 학고재를 필두로 시장화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민중미술 작품도 위작의 그늘에 발목을 잡힐 것이다. 이 정도 이유만으로도 이우환이 위작혐의가 짙은 작품들을 보고서도 왜 진품이라고 강변하는지 이해가 간다.

한편 이우환은 7월 8일 경찰 위작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며 법무법인 바른 소속인 서명수를 필두로 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위작 혐의가 있는 용의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가운데 이우환은 자신의 강변만으로는 상황을 자기 뜻대로 역전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법무법인 바른은 이명박 정부의 편에 선 소송을 도맡으며 급성장한 국내 대형 법무법인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2008년 정연주 KBS 전 사장 해임 집행 정지 신청 사건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 벌률 대리, 이명박의 아내 김윤옥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 로비 사건에서 김옥희 씨 변호,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이후 김형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에서 정부 측 변호를 맡았었다. 그래서 바른은 법조계에서 이명박 정부의 법률 전담법인이라는 별명도 붙은 곳이다. 이우환은 대형법무법인 바른 소속이자 부장판사 출신인 서명수를 변호인단 필두로 내세워 경찰이 압수한 13점에 대한 재감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뒷받침을 발판삼아 세계적 미술가로 떠오른 이우환답게 이번 위작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우환이 꾸린 변호인단의 힘과 규모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우환 측의 변호인단이 이번 조사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오류를 바로잡고 그에 따라서 사건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면 우려할 것도 문제시할 것도 없다. 그러나 법조계의 전관예우로 사법정의가 무너진 한국사회에서 법무법인 바른과 서명수의 권력을 내세워 별다른 증거도 없이 수사결과와 판결을 이우환 측의 의도대로 좌지우지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미술시장은 과거 박수근의 <빨래터>,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 같은 대형 위작사건을 겪고도 여전히 무기력하기만 하다. 최근 문광부는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와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연이어 열며 미술 시장 유통 투명화를 위한 '미술품 활성화법'(가칭) 제정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미술품 유통업의 허가·등록 기준을 마련해 화랑업은 등록제, 경매업은 허가제, 기타판매업은 신고제로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화랑과 경매사를 대상으로 한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 신고제' 도입, 미술품감정사 제도 신설 또는 감정기관 지정제도 도입, 미술품 수사 및 과세 관련해 감정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가칭) 설립도 검토 중이다. 반세기도 되지 않은 국내 미술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 화랑이 경매까지 직영하는 퇴폐적 독과점 구조는 국내 미술시장의 현실이다.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은 서울옥션과 K옥션이 전체 매출의 50~8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화랑가와 감정원의 유착으로 종종 발생하는 감정과정의 불투명함을 방지할 실질적인 법적 처벌기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술시장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장기적으로 대처해나갈 가능성을 키워야 할 대학교육은 여전히 대학 밖의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시장이 정부의 개입을 저지할 명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미술시장 투명화를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개입은 미술시장에겐 항암제와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라도 항암제 삼켜가면서 오랜 시간 동안 적체된 병폐를 획기적으로 뽑아버릴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미술시장이 신뢰를 얻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개입이라는 항암제를 버티지 못하고 미술과 미술시장이 함께 자멸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팔아버릴 영혼도 없을 정도로 돈에 예속된 일부 미술과 미술시장이 항암제를 버티지 못하고 그냥 숨을 거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