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태경 Headshot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려면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연합뉴스
연합뉴스

고백하자면 나는 총선 이후 안철수가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고 정계를 은퇴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근근이 연명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연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하며 안철수는 자신에게 찾아왔던 천재일우의 기회들을 모두 놓친 채 세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것이라는 게 안철수에 대한 나의 판단이었다.

내가 틀렸다. 안철수는 4.13 총선을 통해 보란듯이 재기했다. 아니 재기라기보다는 비상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이다. 심지어 안철수는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선주자 선호도 안철수 1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안철수가 더민주와 새누리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고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 안철수가 매우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 출마 즈음에 정점을 찍은 후 내려가기만 하던 안철수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건 진정 기적이고 경이다. 하지만 안철수의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은 결코 아니다. 탄탄대로이긴커녕 첩첩산중이라는 것이 정확한 비유일 것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멋보다 두 가지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먼저 안철수는 정치와 정치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안철수에 대해 많은 유권자들이 미더워하지 않은 이유 중 으뜸은 안철수가 정치를 오해하거나 낭비로 여긴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사회 전 부문에 편재한 균열과 대립과 모순을 드러내 비폭력적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균열과 대립과 모순은 예외나 비정상이 아니라 보편과 정상이다. 균열과 대립과 모순이 없는 사회는 존재한 적이 없고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는 외계의 존재이거나 진공상태에 머무는 자가 아니다. 정치가는 균열과 대립과 모순이 만연한 사회를 직시하고, 대중이 지닌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하며,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기로 무장한 채 세상을 지금 보다 낫게 만드는 사람이다.

또한 안철수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를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나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서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안철수 대통령을 불안해하는 유권자들이 무척 많은 게 사실이다. 이들이 불안한 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 무얼 하려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려하는지를 알 수 없어서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안철수를 남자 박근혜처럼 보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권자들의 의심과 불안을 해소시킬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인에게 있다.

폭이 넓은데다 지지의 강도도 약하지 않은 지지그룹을 지니고 있는 건 안철수의 최대 강점이다. 거기에 총선 이후의 민심은 안철수에게 유리하다. 객관적 조건은 갖추어진 셈이다. 이제 안철수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일만 남았다. 안철수는 자기에게 온 기회를 이번에는 잡을 수 있을까?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