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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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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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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내 유일한 바람은 대한민국을 배회하는 박정희라는 이름의 유령이 박근혜와 함께 역사의 뒤켠으로 퇴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최선은 박근혜가 보수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을 극우적 가치가 아닌 보수적 가치로 재편하는 것이었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후 박근혜가 보여 준 언행과 지적 수준을 볼 때 그런 기대를 하는 건 무망해 보였다.

박근혜의 숱한 폭정과 실정에도 불구하고 내 꿈은 점점 실현되기 어려워 보였고, 나는 깊이 낙담했다. 하지만 모두가 절망했을 때 희망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4.13총선 결과가 그 희망의 정체였다. 희망은 대개 너무 늦게 당도하지만, 수신자가 수신을 거부하지 않는 한 도착하고야 만다는 사실을 4.13총선은 알려줬다.

이제 박정희는 제사장이자 영매인 박근혜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박정희를 신으로 숭배하는 노년층에게 박근혜는 애틋함과 고마움의 대상이자 박정희의 재림이겠지만, 박근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노년층을 제외한 전 세대에게 박정희신화는 박근혜의 극단적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해 산산조각 났다. 박정희라는 유령을 현실정치에서 퇴장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 크다. 상처도 터무니없이 깊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역사에 공짜와 비월은 없는 법이니.

​박정희 정신이랄까, 박정희 가치랄까 하는 것의 치명적 문제점은 약육강식의 가치, 물신숭배라는 가치로 세상을 해석하고, 힘과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고 가르친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신 안에는 정의나 도덕이나 윤리나 공익이 설 자리가 없다. 그저 힘과 돈을 쟁취하기 위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박정희 가치 안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과 돈을 차지한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다스리고 멸시하고 능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단언컨대 박정희의 나라는 인간의 나라가 아닌 짐승의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