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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신년사가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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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중에 내 눈길을 끈건 부동산과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강남, 송파, 양천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곳들을 중심으로 자금 출처 조사 등 세무 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거래량이 많지 않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지만 과열될 경우에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준비했다 한다.

부동산문제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도 놀랍지만, 내가 정말 놀란 건 청와대 관계자의 "굳이 부동산 문제를 신년사에서 언급하지 않은 까닭은 일단 현재까지는 부동산 과열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심하지 않다는 것과 둘째로는 이 문제가 대통령이 언급한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지 않는, 극소수 부유층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라는 발언이다.(부동산 대책은 왜 신년사에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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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의 "이 문제가 대통령이 언급한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지 않는, 극소수 부유층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라는 말은 아마 보유세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과연 보유세가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지 않는, 극소수 부유층들의 피부에만 와 닿는 정책일까? 보유세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자산양극화 해소의 핵심 기제다. 보유세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고, 보유세를 현실화 한다고 해서 자산양극화 해소라는 정책목표가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보유세 없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또한 부동산을 필두로 하는 자산양극화를 보유세 없이 완화시키는 것도 힘들다. 이래도 보유세가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과 무관한 이슈인가?

무릇 국정을 책임진 자들은 만의 하나에도 대비해야 하며, 항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책과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꺼지지 직전에 가장 밝게 빛나는 촛불과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호들갑을 떨것도 없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정책수단들을 시장상황에 맞춰 투사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정도의 메시지는 던지는 게 옳았다. 청와대에는 참여정부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를 참여정부 시절에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겪은 그들이 왜 저렇게 나이브 한지 나는 정녕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