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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노무현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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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중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지지율은 73%인데 이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지지율 중 취임직후 하나회 척결, 역사 바로 세우기, 공직자윤리법 개정, 금융실명제 도입 등 일련의 대개혁을 단행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83%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다.

적폐 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높은 지지율이 필수적인만큼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좋은 일이고 반가운 일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다양할 것이나,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와 실정과 불통에 비교되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목표와 정책과 통치 스타일이 주권자들의 열광을 이끌어 낸 탓이 클 것이다. 주권자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거치면서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주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대한민국호가 난파의 위험을 벗어난 데 안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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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꽤 높고 단단할 것이란 예측은 가능하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던 전임 정부들의 존재, 촛불혁명으로 거듭난 주권자들의 집합적 각성과 의지, 수구언론의 퇴조, 정당과 인물 모든 면에서 역대 최약체인 야권 등이 그런 예상에 근거를 제공한다.

비할 데 없이 높은 인기를 누리며, 앞으로도 견고한 지지를 받을 문재인 대통령을 보며 노무현이 연상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과 온갖 비난과 견디기 힘든 조롱과 악의적 험담에 시달리던 노무현은 퇴임 후 봉하에서 진정 행복해 보였지만, 그 행복은 너무나 짧았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한 복권은 노무현의 서거 이후 이뤄졌지만, 뒤늦은 감이 크다.

비약이겠지만 문 대통령의 치세는 노무현의 수난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당한 핍박을 받은 끝에 서거한 노무현이 견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던 수구진영의 패권에 균열을 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재평가와 애틋함은 점점 커지고 힘이 세졌다. 주권자들은 문재인을 온유한 노무현으로 봤다. 지난 대선은 이명박과 박근혜로 상징되는 수구진영에 대한 주권자들의 철저한 심판이자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한 완벽한 복권이다.

노무현과 참여정부는 정치적, 상징적 차원에서 완전히 부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무현이라는 순결한 인격을 송두리째 삼키고 전진하는 역사가 무섭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된 채 생을 마감한 노무현이 가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