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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광주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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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 DOO HWAN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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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베트남전을 인류의 양심을 시험한 전쟁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만행과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잔혹행위가 베트남전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본디 전쟁이란 것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악이고, 지상에 구현된 지옥이긴 하지만 베트남전은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베트남전에선 민간인 학살과 민간인 구역에 대한 대량 폭격, 적과 적으로 간주된 자에 대한 고문을 포함한 갖가지 잔혹행위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베트남전은 당연히 피해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가해자들에게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가장 나쁜 형태로 발현된 것이 전두환 등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광주학살이다. 광주민중항쟁 당시 자행된 국군의 야만적 진압과 가혹행위와 살육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과 한국군이 베트콩으로 추정되는 베트남 민간인들을 상대로 자행한 행위와 놀랍도록 닮았다.

당시 국군이 지행한 이해할 수 없는 야만행위의 실마리가 풀렸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비밀 문서를 입수해 분석했는데, 이 문서는 복수의 한국군 내부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군의 동떨어지고 잔인한 처리는 현 군부의 실세인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이 모두 베트남전에서 실전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다. 또한 이 문서에는 "한국군이 점령군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마치 광주시민을 외국인처럼 다뤘다", "총리마저 당시 담화에서 광주 시민들에게 '한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하였다는 것" 등의 한국군 내부 정보원의 발언도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담긴 한국군 정보원의 발언을 정리하면, '인간이 경험한 가장 극악한 형태의 전쟁인 베트남전에 참전한 전두환 등의 신군부가 광주시민들을 비국민으로 간주해 무자비한 진압과 학살을 자행했다'정도 될 것이다. 진정 소름이 끼치고 치가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충격적 폭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980년 5·18 직후에 공군에 광주를 향한 출격 대비 명령이 내려져 전폭기에 공대지폭탄을 장착하고 대기를 했다는 당시 전투기 조종사의 충격적 증언이 JTBC <뉴스룸>에 보도된 것이다. 광주를 폭격하기 위해 비상대기했다는 광주민중항쟁 당시 전투기 조종사의 폭로는 너무나 놀랍다. 전두환 등 신군부가 광주에 대한 무력진압이 실패할 경우 전폭기를 동원해 광주를 폭격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을 적으로 설정하지 않고는 차마 할 수 없는 생각이고 계획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87년 항쟁의 아들인 현행 헌법에 근거하고 있다. 87년 항쟁을 낳은 자궁은 광주민중항쟁이다. 따라서 광주민중항쟁은 헌법 전문에 명시됨은 물론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규명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역사적 사실들은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이 아직 미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총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광주민중항쟁은 완전히 복권된 것이 아니다. 광주에 대한 진정한 명예회복은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