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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심리는 전염병처럼 시장을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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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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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길을 잡아끄는 기사가 있다. 6.19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르고, 심지어 상승세가 일산 등 1기 신도시로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다.

(3주째 뜨거운 서울 아파트값...일산 등 '1기 신도시'로 상승세 확산)

문재인 정부는 6.19대책의 효과가 아직 발휘되지 않고 있으며, 하반기 수도권에 공급물량이 쏟아지고 금리가 오르면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럴지도 모른다. 나 또한 문재인 정부의 기대대로 시장이 움직이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신물나게 경험했듯 시장은 늘 우리의 예상을 넘어섰다. 지금의 국지적 가격 상승이 염려되는 건 투기심리의 확산 가능성 때문이다. 투기심리는 전염병과도 같아 삽시간에 퍼진다. 그리고 전염병처럼 번진 투기심리는 그 자체로 자기실현적 예언 기능을 하며 시장을 밀어올린다. 심지어 대학생들마저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리는 지경이고 보면 지금 국면에선 투기심리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더구가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은 줄어든 인구, 주택보급률의 상승, 주택소유율의 감소, 주택담보대출 규모의 폭증 등을 감안하고, 사실상 형해화된 보유세, 낮은 금리, 쉬운 대출 등을 참고할 때 투기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재의 시장은 다주택자, 갭투자자들의 뒤를 명목상의 실소유자(이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지 않는다면 주택구입에 나서지 않을 사람들이다)들이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최대한 빨리 투기심리를 잠재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보유세 현실화와 대출 통제가 그 대책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보유세와 대출 통제 없는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방증으로 시장참여자들에게 읽혀 오히려 투기심리에 불을 붙일 것이다.

끝으로 한 마디.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현실화와 엄격한 대출 관리를 하면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 투기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 심지어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실소유자들까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부동산 시장을 꼭 안정시켜야 하고, 그러긴 위해선 보유세 강화와 대출 통제를 피할 길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지지율은 정책 구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혹여 지지율에 매여 핵심적인 부동산 정책을 누락시킬까 염려돼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