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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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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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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160만 관중을 동원했다는 뉴스를 봤다. 나도 이 영화를 봤다. 나는 별로 울지 않았고 크게 감동을 받지도 않았다.

다만 이 영화의 맨마지막 장면은 눈에 밟혔다. 겨울 부산 거리를 노무현이 걸으면서 행인들에게 "제가 노무현입니다"라고 하는 장면인데 행인들은 노무현과 악수를 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카메라는 노무현의 뒷모습을 쫓는데 노무현은 몸피 보다 좀 커 보이는 코트를 입고 흥얼거리며 거리를 걷고 행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 장면은 왠지 모를 서러움과 쓸쓸함과 애처로움을 자아낸다. 마치 노무현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노무현을 사랑하고 흠모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일신의 사가 없었던 노무현이 강고하기 이를 데 없는 메인스트림의 힘과 온갖 금기, 편견에 맞서 시대적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다 마침내 기진하고 말았다는 사실, 파렴치범으로 몰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된 노무현이 이렇다 할 원망도 없이 하나뿐인 목숨을 자진의 형식으로 던졌다는 사실이 주는 감동과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은 분명 한계와 결함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일생을 정의와 선을 쫓아, 공동체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오늘이 마치 마지막날인 것처럼 살았다. 그리고 노무현은 핍박받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이기지 못해 죽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이룬 성취와 좌절과는 별개로 노무현의 삶과 죽음은 그 자체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높은 경지를 보여주며, 인간의 존엄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증거한다.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노무현이 없었더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는 다행스럽게 박정희 신화를 산산조각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예단은 금물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만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적정한 인사, 광주민중항쟁 등의 헌법적 복권, 국정역사교과서 폐기, 소통의 달인으로서의 면모 등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내공과 준비와 강단이 읽힌다.

노무현은 불이었고 무사였다. 문재인은 물이고 선비다. 노무현 서거 시 극도의 평정심을 유지한 문재인 대통령은 귀가 후 정신을 잃을 정도로 통곡했다 한다. 그쯤되면 자제력이 입신의 경지다. 겉으론 한없이 부드러운 선비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활화산이 있는지도 모른다. 냉정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