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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논란'에서 참여정부의 몰락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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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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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대선 토론 당시 한 동성애 관련 발언으로 성소수자들로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문재인의 발언 요지는 '동성혼 합법화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반대한다' 정도 될 것이다. 동그란 네모처럼 모순의 논리를 사용한데서 동성애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이 정말 난감했음을 알 수 있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선거의 비정한 논리에서 문재인도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내가 근심되는 건 동성애에 대한 문재인의 발언을 놓고 진보진영이 격렬히 대립하고 그 대립이 분열로 이어질까 싶어서다. 나는 우리가 참여정부의 뼈 아픈 경험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의 역사는 지지자들의 이탈의 역사이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지지자들은 대북송금특검을 노무현이 받았다고 이탈하고, 이라크에 재건부대 파병한다고 지지 철회하고, 버블세븐 아파트값 오른다고 등 돌리고, 대연정 제안했다고 지지 철회하고, 한미FTA체결한다고 참여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대자로 변신했다.

물론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은 각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배반당했다고 여겨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노무현 주변엔 지지자가 한줌밖에 남지 않았다.

그 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가?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비정상이 정상을 내쫓고, 짐승의 시간이 인간의 시간을 대체했으며, 절망이 희망을 살해했다.

나는 지금 우리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자거나 잘못을 눈감아주자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극우와 보수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가뜩이나 소수인 진보, 개혁 성향의 시민들이 각자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서 진보, 개혁성향의 정치인이나 정당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지지를 손쉽게 거두는 일은 극력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많은 중요한 가치들 중 하나이고, 세상은 수많은 가치들의 총합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복기해 봐도 진보, 개혁 성향의 지도자나 정부 아래서 인권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실질화되었지, 그 반대는 아니었다.

세상은 멸균의 실험실이 아니고, 순백의 도화지가 아니며, 설계도대로 지어지는 집이 아니다. 세상의 발전은 언제나 나선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분별력과 균형감각과 진중함과 전략적 인내심이다.


* 프레시안에도 기고한 컬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