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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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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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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정질서 수호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헌법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를 파면했다. 소수의견은 없었다. 보충의견이 있었는데 내 눈길을 끈건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었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재판관은 흔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안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우리가 경청해야 하는 건 안 재판관의 의견 속에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안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 중 핵심 내용을 간추려보면 대강 아래와 같을 것이다.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탄핵심판은)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 "파면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와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받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이러한(박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행위를 가능하게 한 필요조건이었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나타난 시대정신은 통치보단 협치, 집권보다는 분권,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로 나아갈 것을 명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시대적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가 타협과 숙의(熟議)를 중시하고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투명한 절차와 소통을 통해 민주적으로 조율하여 공정한 권력행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신뢰와 국민안전을 제고하여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이사야 32장 16절-17절 참조). 따라서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과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조장해 온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우리 헌법의 역사, 국민의 개별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남북분단에 따른 안보현실, 정부형태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할 때,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 등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방법은 정부형태의 변경과 함께,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여 주민근거리(住民近距離)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화로운 해결을 위해서는 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자의 선정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헌재 2016. 5. 26. 2012헌마347 보충의견).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권력을 분권하는 과정에서 국회나 지방자치기관에 분산된 권력은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의 강화를 통해 통제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권력구조의 개혁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충실히 반영되도록 설계된 국민참여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정치세력 사이의 권력투쟁이나 담합의 장으로 전락하지 않고 이성적 대화와 숙의가 이루어지고 다수 국민의 의사가 수렴되는 민주적 공론화과정이 되어야 한다"

(안창호 재판관 보충의견 "보수·진보 이념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폐습 청산하기 위해 파면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시한 후 협치, 분권을 시대정신으로 지적하고, 의원내각제 등의 분권형 개헌을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지방자치의 실질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대폭확대와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의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 대한 평가는 분분할 수 있다. 혹자는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분권형 통치구조만을 주목한다. 이런 관점은 임박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정당과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5월 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는 정당이 권력을 나눠갖기 위해 박근혜 탄핵사태의 근본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찾으며 의권내각제 등의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데,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그 근거로 동원되는 것이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어떻게 읽고 사용하건 그건 각자의 자유일 것이다. 나는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노(老)법률가의 충정과 숙고를 발견했다. 안창호 재판관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으로 지적한 협치와 분권, 그리고 이를 구현할 제도적 장치인 의원내각제 등의 분권형 개헌, 지방자치의 실질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전면화와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의 확대는 시기와 절차의 문제만 있을 뿐 반드시 집행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구조, 정치의 본령이라 할 '대표와 책임'의 불비례, 선거날만 주권자가 되는 국민주권주의의 실종 등의 근본적 모순을 극복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까닭이다.

나는 진보, 개혁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안창호 재판관의 고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진보, 개혁진영이 안창호 재판관 같은 사람의 동의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