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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인들은 왜 박근혜를 결사옹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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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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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집회 곳곳에서 십자가를 목격한 심정은 무참했다. 심지어 탄핵반대 집회에는 대형 성조기에 이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등장했다. 시청광장 주변에서는 통성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인지, 자발적으로 온 것인지, 아니면 그 둘이 섞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탄핵반대 집회에 모인 사람들 중 개신교인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탄핵반대집회에 운집한 개신교인들의 눈에 박근혜는 강도(强盜) 만난 이웃일지 모른다. 개신교인들은 강도(탄핵)를 만난 불쌍한 이웃(박근혜)을 사마리아인의 심정으로 힘써 돕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강도 만난 이웃을 돕는 건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이 떼죽음당했을 때 대형교회 목사들은 어떻게 반응했더라?

나는 어제 일처럼 또렷히 기억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다 백정"이라는 조광작 목사의 발언을,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한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며 옹호한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의 발언을, "나라가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발언을, "아니, 세월호 사고 일어난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어.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고. 추도식 한다고 (거리로)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왜? 이용할 재료가 생겼다고. 아니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게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 피우라고 그랬어? 돌아가신 젊은 애들한테 한 번 물어봐.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라고 했느냐' 이 말이야. 이게 국민 수준이냐는 말이야."라고 기염을 토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나는 인생의 강도를 만난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의 이웃이 되기는커녕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을 능욕하고, 저주하고, 폄훼한 목사들과 개신교인들을, 박근혜 비호에만 급급했던 목사들과 개신교인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진정 놀라운 건 인생의 강도를 만난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에게는 그토록 적대적이던 목사들과 개신교인들이 민주공화국을 파괴하고 헌정을 유린한 박근혜는 결사옹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의 이웃이 되는 건 한사코 거부하며 오히려 강도의 편에 섰던 목사들과 개신교인들이, 대역죄인 박근혜의 이웃을 자처하며 박근혜 순장조 역할을 하는 걸 예수가 보며 뭐라고 할까? "나는 너희를 도무지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