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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신경을 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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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POOL New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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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혐의에 대한 시인도, 진술한 사과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뻔뻔한 거짓말과 사악한 술책이 차지했다. 박근혜의 3차 대국민 담화문 말이다. 1차 담화와 2차 담화에 이어 3차 담화에서도 박근혜는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자기변명과 책임전가로 일관했다. 3차 담화가 1,2차 담화와 달라진 점은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덫이 담화문 안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3차 담화에 담긴 박근혜의 워딩 가운데 핵심은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고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는 대목이다. 박근혜의 3차 담화는 오직 이 워딩을 위해 필요했다.

박근혜의 워딩은 언뜻 들으면 사임을 표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임 의사는 전혀 없다. 박근혜는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에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 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박근혜는 지금 국회에 박근혜에 한해 대통령직 임기를 줄이는 원 포인트 개헌을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탄핵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인가?

즉시 사임이라는 최선의, 그리고 박근혜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여,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그걸 한사코 외면하고 국회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박근혜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마치 사임할 것처럼 현혹해 비박 진영의 탄핵 대오를 교란시키고, 야당도 혼란스럽게 하겠다는 것 말이다. 착시효과를 내면서 이간계를 담은 박근혜의 워딩은 사악한 정치언술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백보를 양보해 여야가 박근혜의 내년 봄 사임을 전제로 책임총리 지명과 박근혜 사임 후 조기 대선에 어렵사리 합의하고 박근혜가 이를 수락한다고 하자. 박근혜가 내년 봄에 가서 사임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약속을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어기는 박근혜는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런 일이 닥친 후 약속을 어긴 박근혜를 비난해봐야 입만 아프다. 그때 가서 탄핵을 추진할 것인가?

헌법과 법률을 어긴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하고, 범법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면 된다. 국회에서 12월 초에 탄핵 의결하고(일단 박근혜의 직무를 정지키시고), 헌법재판소에서 늦어도 2월초까진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하고, 내년 4월 초에 대선을 치러 새 대통령을 뽑는 정치일정이 최선이고, 정도다. 이제 박근혜가 무어라 하건 신경을 끄자. 더 이상 박근혜는 변수가 아니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