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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신성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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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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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예수 팔아먹는 유다가 돼달라,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달라는 것 아니냐"(이정현 "秋, 새누리에 '예수 팔아먹은 유다' 되라는거냐")

새누리당 이정현이 2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를 겨냥해 한 발언이다. 추미애가 전날 광주 5·18 민주광장 연설에서 '탄핵 표를 위해 (새누리당에) 구걸하거나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정현이 분기탱천해 반박한 것이다.

자신을 '제값'으로 대접해 준 유일한 사람(새누리 이정현 대표 '최순실 게이트' 심경 토로 "밀려서는 절대 사퇴 안 해 지금은 대표 중심 뭉칠 때")인 박근혜를 향한 이정현의 충성심은 눈물이 날 정도로 지극하다. 박근혜가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군을 향한 이정현의 일편단심은 동요하지 않는다.

​​박근혜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당대표가 된 2004년 이후 새누리당의 최대 주주는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처럼 전장을 누비며 선거 때마다 불패의 신화를 창조했다. 2004년 이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박근혜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박근혜의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도 찾기 힘들다. 전국단위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들이 박근혜와 찍은 사진을 경쟁적으로 선거홍보물에 박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의 정치적 생명이 경각에 달린 지금 새누리당은 당이 쪼개질 위기에 몰렸고, 수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에게 돌팔매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으로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실에 진저리를 낼 법도 하다. 배신자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나만은 박근혜 곁에서 순장하겠다고 이정현이 결심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어떻게 인류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생명까지 내준 예수와 자기밖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헌법파괴범 박근혜를 비교하며, 자신을 위대한 사도 베드로에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신성모독에 다름 아니다. 예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대한민국 목사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 예수를 모욕하는 이정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