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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2선 후퇴, 거국내각이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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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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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비상국면이다. 현재 국면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플레이어는 야당이다. 박근혜가 아니란 말이다. 박근혜는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했다. 김병준 총리내정자 카드가 세인들의 웃음거리가 된 후 박근혜는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박대통령 "국회 추천 총리, 내각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여야가 합의해 총리를 추천하면 그 총리에게 국무위원 임명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으로 읽히는데 아무 의미없는 제안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박근혜의 임기 보장을 전제로 하는 박근혜 2선 후퇴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박근혜는 이조차 받을 마음이 없다. 박근혜의 8일 제안은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다)을 주장하고 있는 모양인데 허망한 소리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2선 후퇴나 책임총리제 같은 주장들이 지닌 치명적 문제점을 유형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외치와 남북문제를 박근혜가 맡고, 내치를 거국총리가 맡는 이원집정부제 형태

〈조선〉이 처음부터 제기하고 지금까지 미는 안인데,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외치와 내치의 명확한 분할이 불가능하고(이럴 경우 대통령과 거국총리는 권한 행사의 대상을 두고 격렬히, 그리고 끝없이 충돌할 것이다), 이미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헌법적, 법적, 윤리적 근거를 상실한 박근혜에게 국가의 명운이 달린 외교와 남북문제를 맡길 수는 없다.

2. 박근혜는 의전 대통령으로 남고, 책임총리가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경우

이 방안도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과 불일치한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주권자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았고, 대통령의 보좌역에 불과한 국무총리가 무려 16개월 동안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게 합헌적인가? 즉 주권자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총리가 전쟁을 선포하거나, 조약을 비준하거나, 국가긴급권을 발동하거나, 대통령령을 제정하거나, 국무위원을 임면하거나, 공무원을 임면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게 가능하다면 책임총리는 사실상 16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3. 의전 대통령으로 남겠다던 박근혜가 변심하는 경우

의전대통령으로만 남겠다고 천명한 박근혜가 변심해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까?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주는 박근혜가, 인간이 지닌 상상력의 크기가 얼마나 초라한지를 유감 없이 보여주는 박근혜가 하야 요구라는 소나기를 피한 후 변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상황이 전개되면 어찌 해야 하는가?

위에서 살핀 것처럼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 두고 책임총리나 거국중립 내각 구성이나 박근혜의 2선 후퇴를 논의하는 건 합헌적이지 않고, 실현도 불가능하다. 요컨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헌법적, 법적, 윤리적 정당성과 자격을 완벽히 상실한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건 당연하거니와 다른 대안의 마련도 전혀 불가능하다.

박근혜 사임과 조기 대선을 전제로 중립적 선거관리내각 구성 - 박근혜 사임 - 내년 봄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로드맵의 실행만이 박근혜 취임 이후 지속된 헌정중단사태의 해결과 소모적 논쟁의 종식을 위한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해법이다. 박근혜 사임과 조기 대선 이외의 대안은 헌정혼란과 국정공백을 연장시킬 뿐이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