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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조선'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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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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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기에는 하루가 1년과도 같다. 요즘이 딱 그렇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야권은 무얼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건 매우 중요하다. 자칫 쏟아지는 사건, 넘쳐나는 이슈에 묻히다 보면 판단을 그르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1. 특권과두동맹의 사령탑 〈조선〉이 판짜기에 나서다

박근혜 게이트로 새누리당이 혼비백산한 사이 특권과두동맹(재벌-새누리당-비대언론-검찰-고위관료-종교권력-어용지식인들의 연합체)의 사령탑인 〈조선〉이 재빨리 판짜기에 나섰다. 〈조선〉은 박근혜에게 외교와 북핵관리를 맡기고 거국총리에게 내치를 맡기라고 가이드했다. 〈조선〉은 박근혜와 친박을 정치적으로 거세하고 비박 중심으로 새누리를 재편해 대선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이 보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박근혜와 새누리가 결별할 시간,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분노가 사그라들 시간의 확보다.

2. 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조선〉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박근혜는 의전대통령, 식물대통령에 머물 생각이 전혀 없다.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 되는 박근혜는 최재경을 민정수석에 꽂아 사정기관 장악을 계속할 의도를 뽐내더니 급기야 김병준을 총리내정자로 간택하고, 한광옥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야권을 갈라치겠다는 깜찍한 노림수지만, 쓰나미 앞에 모래성을 쌓는 격이다. 박근혜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이 박근혜가 청와대에 머물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킴과 동시에 〈조선〉의 포석을 망쳤다.

3. 시간이 전투의 승패를 결정한다

전투의 승패는 시간이 결정한다. 승기를 잡았을 때 모든 걸 쏟아붓고 걸어야 한다. 승기를 놓치면 참혹한 패배가 기다릴 뿐이다. 야권에는 지금이 천재일우의 승기다. 왕당파와 특권과두동맹이 내전 중인 지금이야 말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야권은 사정 없이 몰아쳐야 한다. 야권은 당장 명확한 목표(박근혜의 사임과 새누리당 심판)과 일정(중립적 선거관리내각구성-박근혜 하야-내년 초봄 대선 실시)을 천명해야 한다. 야권은 이를 가지고 분출하는 시민들의 분노와 열망을 조직하고, 정치와 선거에 투사시켜야 한다. 야권은 위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협상, 화해, 통합, 신중, 좌고우면 같은 단어를 머릿 속에서 아예 삭제해야 한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