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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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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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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박근혜가 예산국회가 열린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모든 사람들이 아연실색한 것은 집권 이후 박근혜가 개헌논의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민생이 어렵다',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다', 심지어 '개헌논의는 국민에게 피해만 준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개헌이 이슈화되는 것을 극력 억제해왔다. 박근혜는 올 4월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자리에서도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나"라고 기염을 토한 바 있다.(박근혜 대통령 "개헌 반대" 발언 6가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6개월 사이에 경제가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다. 남북관계는 박근혜 집권 초반과 비교해도 훨씬 나쁠 뿐 아니라, 더 이상 나쁘기 힘들 정도로 나쁘다. 박근혜가 개헌이 블랙홀이라며 개헌논의를 극구 막던 사유 중 해소된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박근혜는 태도를 180도로 바꿔 이젠 개헌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도대체 올 봄과 가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무슨 일이 있어서 박근혜가 개헌의 반대자에서 개헌의 전도사로 변신한 걸까?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미르 재단과 K재단의 설립과 모금 과정에 관한 온갖 추문, 양 재단의 최대 실세인 최순실이 재단의 사실상 사유화를 꾀했다는 의혹,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도 관여하는 등 국정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난장판이 됐다. 최순실은 앞에 열거된 의혹들 가운데 어떤 것도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최순실의 배후에 박근혜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자연스럽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더라도 박근혜가 개헌논의에 착수했을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 노무현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에 대해 박근혜는 "참 나쁜 대통령이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국민이 불행하다"라고 질타 한 바 있다. (박근혜 "참 나쁜 대통령" 노 대통령 회견-한나라, 일단 신중) 박근혜가 노무현에게 했던 말이 고스란히 박근혜에게 돌아가고 있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