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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들도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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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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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비서실장의 우병우 가족 행복추구권 발언을 듣는 심정은 무참했다.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5년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 당시 감염을 피해 가족들을 미국으로 도피시켰다는 지적을 받자 '행복추구권'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

이 비서실장은 "(우병우 민정수석) 본인이 (해외로) 나갔다면 문제이지만, 가족까지 그런 의무를 꼭 지켜야 하는가는 도의적 문제이지 법률적인 문제는 아니다",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공무원의 가족도 행복을 누리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이원종 "우병우 가족 '메르스 도피'는 행복추구권")

나는 이원종 비서실장의 말에 동의한다. 우병우의 가족도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 있다. 내가 이원종 비서실장을 이해할 수 없는 건 그가 왜 다른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에는 우병우 가족에게 기울이는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하는 대목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후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은 누더기가 됐지만, 그 중에서도 행복추구권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행복추구는 고사하고 목숨 부지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세월호에서 숨진 아이들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고의 예방과 구조에 완전히 실패한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조차 철저히 방해했다. 메르스에 감염돼 숨진 사람들의 목숨도 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야경국가에서도 수행하는 방역(防疫)에조차 실패했다. 쌀값 폭락에 항의하기 위해 집을 나섰던 백남기 농민은 귀가는커녕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부검을 통해 백남기 농민을 부관참시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세월호의 아이들과 메르스로 숨진 시민들과 백남기 농민에게 행복추구권은 너무나 먼 얘기다.

그뿐인가? 사드 배치 예정지역인 성주와 김천 주민들도, 지진과 원전 폭발의 공포에 떨고 있는 경주.울산.부산 지역의 사람들도 모두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불안을 덜고, 안전을 보장하며, 행복하게 만들 어떤 대책도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개, 돼지들은 행복할 권리가 없어서인가?

이원종 비서실장은 박근혜의 행복 말고, 우병우 가족의 행복 말고 다른 시민들의 행복도 챙기길 바란다. 그게 개, 돼지들로부터 녹봉을 받는 공복의 기본 자세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