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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바라는 유일한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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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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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내가 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해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나설 것으로, 즉 대통령 선거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대통령 선거가 없어지는 날) 절망과 탄식으로 가득한 예측이 빗나간 총선의 밤, 개표 방송을 보며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적어도 내년 대통령 선거는 차질 없이 치러지게 됐다는 안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안도가 불안으로 바뀌는 데는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북 주민에 "남으로 오라"...'북 붕괴론' 노골화)

정치학의 거장 아담 쉐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불확실성의 제도화'라고 정의했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누가(여당이건 야당이건) 잡을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최소한이라는 의미다. 모든 민주주의자들이 여기에 동의한다. 단 민주주의자들만 동의한다.

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아담 쉐보르스키가 정의한 "불확실성의 제도화"라는 개념에 동의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나의 눈에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확실성의 제도화"(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은 어렵다.

그러나 그건 헌정질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전망이다. 헌정을 중단시키고, 선거를 미루며, 내부의 적을 섬멸하고, 이견을 잠재울 수 있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는 어떨까? 예컨대 전쟁과 같은 상황 말이다. 물론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독재자의 폭정을 경험한 대한민국은 헌법에 국회가 대통령의 전단적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두었다. 대표적인 몇 개를 열거해 보자.

60조 ②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76조 ②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③대통령은 제1항과 제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

77조 ⑤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이토록 불안한 건 현직 대통령이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줄곧 박근혜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줬다. 내가 그녀에게 바라는 유일한 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 뿐이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