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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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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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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순실 의혹을 "비방·폭로"로 호도...박 대통령 '궤변')

박근혜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짜증과 분노가 잔뜩 서린 박근혜의 일갈에 회의 분위기가 싸늘했을 성 싶다. 박근혜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주권자인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재단법인 미르 및 재단법인 케이(K)스포츠 설립 과정과 모금 경위에 대한 해명을 박근혜에게 기대하고 있다 호된 꾸지람을 들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미르 및 재단법인 케이(K)스포츠의 설립 과정과 모금 경위는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투성이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가짜 서류에다 복사에 가까운 누더기가 접수되자마자 허가를 했고, 사회공헌에 인색하기 이를 데 없는 재벌들은 앞다투어 보따리를 풀었다. 두 재단은 800억 가까운 거금을 순식간에 모았다. 대한민국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재벌들의 곳간을 활짝 열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 곳이 어딘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두 재단의 설립 배후에 박근혜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이 있다는 보도(최순실, K스포츠 설립 수개월 전 기획단계부터 주도, K스포츠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 대한민국에서 힘 세기로 따지면 두번째일 재벌의 팔을 비튼 게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안종범이 아니냐는 의혹 보도(보름새 738억 모은 전경련...'안종범의 입김' 의혹 쏠려), 두 재단이 사실상 박근혜의 퇴임 후 대비용이 아니냐는 보도('미르·K스포츠' 재산 중 620억은 '관리 안받는 돈', 박근혜 사저와 미르·K재단 1㎞ 이내...퇴임 이후 노렸나)등을 보고 전두환이 재벌들을 겁박해 만든 일해재단을 연상하는 건 자연스럽다.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박근혜는 두 재단의 설립과정 및 모금과정에 대해 적극 해명해야 옳다. 그게 대통령된 자로서의 의무이며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다. 물론 언제나처럼 박근혜는 해명 대신 호통을, 책임 대신 겁박을 하고 있다. 역시 적반하장의 끝판왕답다. 박근혜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도 청와대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