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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칭송하는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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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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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박근혜를 칭송했다. 반기문은 지난 15일 정세균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미국 뉴욕에서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정상들과 소통하고 정상 간의 외교도 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문제 충격에 따른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반기문 "박 대통령, 북핵 대응 잘하고 있다") 또한 반기문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중국의 협조가 관건이 될 것", "중국이 대북 제재 교섭에 얼마나 빨리 응하느냐는 것이 북중 관계의 준거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안 통일대박론과 북한붕괴론 사이를 서성거리기만 한 박근혜가 도대체 무얼 잘했다는 건지 반기문에게 묻고 싶다. 오바마와 아베에 끌려다니기만 하고 시진핑과는 관계가 냉랭해진 박근혜를 칭찬하는 것도 정말 상식 밖이다.

김정은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을 직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혼비백산해 "김정은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그순간 북한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고도의 응징 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 (박근혜 "北, 핵 한발이라도 발사시 응징하겠다")라고 말폭탄을 쏟아낸 것 이외에 한 것이라곤 없는 박근혜를 두고 "북한 문제 충격에 따른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는 반기문은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박근혜는 국내정치용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독자핵무장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진정시키지 않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중국의 협조가 관건이 될 것", "중국이 대북 제재 교섭에 얼마나 빨리 응하느냐는 것이 북중 관계의 준거가 될 것"이라는 반기문의 발언도 심히 근심스럽다. 반기문도 박근혜와 동일하게 북핵사태를 북한에 대한 포위·고립 ·압박전략으로 해결하려는 상상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북핵사태는 미국과 북한 간의 전면적인 관계정상화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즉 북한은 핵과 장거리미사일 포기라는 카드를,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및 관계 정상화 카드를 교환하는 것이다. 중국이 김정은 북한을 끝장내는 제재에 나설리도 없지만 북한 포위전략은 북핵사태의 근본적인 해법이 결코 아니며, 남북 간의 충돌 가능성만 높일 위험성이 있다.

한편 반기문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기회가 된다면, 시민의 일원으로서 북한과의 화해 증진을 돕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이 정도면 가히 국보급이다. UN의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0년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무얼 했는지 알 길이 없는 반기문이 정작 자연인으로 돌아가서는 북한과의 화해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니. 염치가 없는 건지, 누구처럼 유체이탈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