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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비뚤어진 소명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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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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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배치 도입을 결정해 대한민국을 난장판으로 만든 박근혜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자후를 토해냈다. 박근혜는 지난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THAAD) 배치 논란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어서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 이제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아가 국민을, 나라와 국민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朴대통령 "아프게 부모님 잃고"...사드 분열에 '감성 호소')

박근혜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 이제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아가 국민을, 나라와 국민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부모의 자리가 크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박근혜에게 부모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발언이다. 물론 박근혜가 사드 배치 관련해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율마저 곤두박칠치자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전가의 보도인 박정희를 호명한 것이라는 풀이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정작 내 눈길을 끈 건 "이제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아가 국민을, 나라와 국민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라는 발언이다. '부모도 없는 내가 사랑(?)할 대상은 국민뿐'이라는 것이 박근혜의 호소인데, 문제는 박근혜의 사랑법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이다. 국민을 지킨다면서 사드를 도입해 국민들의 안전을 훨씬 더 위태롭게 만들면서도 그게 소명이라고 우기는 건 사랑이 아니다. 그건 난폭한 스토킹이다.

박근혜의 발언을 보면서 불가사의했던 점 중의 하나는 부모를 비명에 잃은 박근혜가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그리 절절하면서 피기도 전에 떼죽음을 당한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해선 어떻게 그리도 모질고 비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박정희와 육영수와 자신은 1%에 해당하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들은 개, 돼지라서 그런건가?

분명한 건 야당 의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북한의 주장과 같다고 단정하고, 중국을 방문해 사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야당 의원들을 비난하기에 바쁜(박 대통령 "정치권 일부, 북한과 같은 황당 주장해") 박근혜가 사드 도입을 스스로 철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는 사실이다. 사드 도입을 둘러싼 진통은 이제 시작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