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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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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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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떠받히는 주요한 기둥 중 하나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주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기관 중 일방이 폭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력을 나누고 견제하도록 만든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구상한 사람들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고안한 것은 인간의 한계를 직시한데서 비롯됐다. 개인 혹은 개인들이 모인 조직은 예외 없이 오류를 저지르며 부패한다는 통찰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도출된 것이다.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을 나누고 서로 감시하면 오류와 부패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국가기관이 있으니 바로 검찰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거나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주재자의 권한, 기소여부를 온전히 혼자 결정하는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국가형벌권의 사실상 유일무이한 담지자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은 온갖 국가기관에 검사들을 파견해 고급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엄청난 권한을 누리고 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검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가기관이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국가기관은 없다. 대한민국 검찰은 사실상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만 본다. 그리고 대통령이 검찰을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다.

여기서 우병우, 진경준, 홍만표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병우와 진경준과 홍만표는 정말 형편 없는 사람들이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인 우병우와 진경준과 홍만표를 악마화하고 열심히 돌팔매를 하는데 그친다면 제2, 제3의 우병우, 진경준, 홍만표가 등장하는 걸 목격할 수 밖에 없다. 이건 100% 확률이다.

이들이 누린 상상을 초월하는 특권, 이들을 둘러싼 부패와 비리의 원천은 말할 것도 없이 괴물이 된 대한민국 검찰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지닌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 등을 나누고 견제하고 통제하지 않는 한 우병우, 진경준, 홍만표 등은 끊임 없이 양산될 것이다.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정책적 대안들은 많이 나와 있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각각 전담하는 안, 경찰이 수사의 주체 역할을 하고 검찰은 보충적인 역할을 하는 안,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만 행사하는 안 등이 있다. 어떤 안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을 통한 검찰의 기소독점권 혁파, 검사들이 완전히 장악한 법무부의 문민화, 청와대 등 국가기관에 검사 파견 제한 등이다.

박근혜 정부에 검찰개혁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다.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은 다음 정권의 몫이자 의무다. 물론 공수처 신설 같은 것은 지금이라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