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태경 Headshot

'Eye in the Sky' 죽음의 무게

게시됨: 업데이트됨:
1
판씨네마
인쇄

「Eye in the Sky」를 봤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총화라 할 현대전의 속살을 본 느낌이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논쟁주제는 '죽음의 무게를 총량으로 재는 것이 가능한가?', '확실한 한 사람의 죽음과 불확실한 다수의 죽음을 교환하는 것이 정의로운가?'이다.

미, 영, 케냐 연합군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예비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를 무인기 드론으로 폭격할 절호의 찬스, 그러니까 자살폭탄테러로 인해 수 많은 생명이 희생당하는 일을 저지할 기회,를 잡는다. 그런데 하필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 주변에서 한 소녀가 빵을 팔고 있다. 드론에서 발사한 헬파이어 미사일이 은신처를 타격하면 필경 소녀는 희생당할 것이다. 하지만 소녀가 빵을 다 팔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기까지 기다리다 테러리스트들이 은신처를 떠나면 자살폭탄테러를 예방할 기회를 상실할지 모른다. 전형적인 딜레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두고 영화 속에서는 작전의 실무를 맡은 직업군인과 각료가 대립한다. 직업군인이라고 다 같은 편은 아니다. 네바다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미군 조종사는 소녀의 안전을 염려하며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범위를 재산정해 줄 것을 영국 런던에 있는 영국군 작전 지휘관에게 요청한다. 각료들의 입장도 제 각각이다. 비례의 원칙(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이 충족됐으니 폭격 명령을 내리라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는 사람이 날카롭게 맞선다.

결국 작전의 실무책임을 맡은 영국군 대령은 부수적 피해범위를 인위적으로 재산정해 폭격허가를 받고 미군 조종사는 은신처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한다. 폭격으로 테러리스트 전부가 폭사당한다. 소녀도 사망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자문해 봤다. 생명의 무게를 저울에 재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한 소녀의 확실한 죽음을 다수의 불확실한 죽음과 바꾸는 것이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나는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