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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혐오'는 인종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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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itri O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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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 대한 증오와 능욕이 도를 넘고 있다. 흑산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이 화풀이의 대상을 전라도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잘못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각종 사이트에 게시된 글이나 댓글들 수준은 위험천만하며, 상당수 글들은 인종학살 냄새를 노골적으로 풍긴다. 언론에 보도된 전라도 비하 게시글 및 댓글들을 일별해 보자.

"전라도 때문에 지역주의가 없어질 수가 없다. 성분이 다른데 권리 주장하지 마라"
"전라도 DNA를 타고난 만큼 정상이 아니다. 오늘이라도 청소하는게 좋아"
"(피의자) 남자들을 키우고 더러운 전라도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들도 문제다"
"이 정도면 종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상종하면 안된다"
"전라도에서 태어나서 물려받은 거라고는 저주받은 전라도 DNA밖에 없다"
"미국에 핵실험용으로 팔아버리자. 우리는 돈 받고 청소하고 일석이조 아니냐"

('신안군 교사 성폭행'은 전라도라서?...지역비하 심각)

'무서워서 전라도**라면 피하고 봐야겄다'
'무섭다 무서워 내가 저런 인간들이 생산한걸 먹거나 썼다니'
'일베에서 전라도 홍어니 하면서 깔보던데 그런이유가 다 있었네요'
'전라도인들은 믿지말라'
'전라도=강간범, 강간범=전라도'
'그 맛에 섬 사는데'
'머중이(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 고향인데 당연하지라!'
'쿵쪗...어허 나랑께 오늘 홍어**을 뽑았으야'
'전라도 ***들은 물리치료와 함께...인종청소가 답이다'
'빨갱이 옹호하는 새*들 봐줄맘없어'
'난 전라도 사람 이미지 *창 만들어준 범인들에게 감사한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전라도 비하 댓글 몸살)

특정인의 범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호도하고 확대해, 그 특정인이 속한 인종, 성, 혈연, 지연, 계급 등의 집단 전체를 매도하고 낙인을 찍는 행위가 바로 넓은 의미의 '인종주의'다. 위의 글들은 '인종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글들인데 이게 극우패륜사이트인 '일베'(일간베스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흑산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범죄의 질이나 수법면에서 극악무도하다. 범인들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고 엄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누구도 범인의 가족이나 흑산도민, 더 나아가 전라도 사람들을 증오하고 능멸하고 혐오할 권리는 없다. 군사반란의 우두머리이자 독재자인 박정희와 인간도살자 전두환을 낳은 경상도를 '파시스트의 부화장'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이치나 윤리에 어긋나듯이 말이다. 흑산도에서 일어난 잔인무도한 성폭행 사건은 전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가해자들의 원적지는 서울일 수도, 경상도일 수도 있다.

나는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 폭발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멘털리티에서 완강한 '인종주의'를 읽는다.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거쳐오면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사회적 소수자(여성, 전라도, 노동자, 유색인종, 동성애자 등)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 혐오와 증오의 기저에는 '인종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인종주의'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나쁜 정신상태다.


진정 놀라운 건 정치인 가운데 누구도 '인종주의'에 포획된 시민들을 꾸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열과 대립을 통치수단으로 삼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니 언급할 가치가 없다. 하지만 문재인과 안철수가 전라도에 대한 사이버린치를 수수방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을 꿈꾼다는 사람들이 '인종주의'에 물든 폭민들이 제 동족에 대해 인격살해를 감행하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게 온당한가 말이다. 이제라도 문재인과 안철수는 전라도를 능멸하는 인종주의자들에게 준엄한 훈계를 해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해 차별과 배제와 혐오를 표시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포섭되지 않는다. 차제에 법률을 제정해서라도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유포시키는 자들을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 더 방치하면 증오와 혐오에 전염된 자들이 대한민국에 가득할 것이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