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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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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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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내년 대선 출마의사를 시사했다.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의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 참석한 반기문은 "제가 7개월 후에 퇴임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들을 한국 내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많이 물어본다. 전부 신문 봤는데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등의 발언(반기문 "한국사회 문제는 분열"...통합 화두로 대선출마 시사)을 했는데 이게 대선출마의사 표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반기문이 자신의 발언이 확대해석되는 걸 경계한다고 해도 그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점이다. 유엔 헌장은 "수석행정직원"(97조)으로서 "국제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어떠한 행동도 삼간다"(100조)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유엔 결의는 "사무총장은 많은 (유엔 회원국) 정부의 기밀을 공유하는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보유한 이런 기밀 정보가 많은 정부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는 상황(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rassment to other Members)을 고려해야 한다", "사무총장은 그러한 (정부) 직책(any governmental position)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한다.('유엔 결의' 아랑곳 않는 유엔 총장의 정치행보)

이렇다 할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 친박은 유엔의 결의가 단지 권고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친 이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모양이다. 해석이야 자유지만 이런 식의 해석에 동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혹시 반기문도 새누리당 친박과 같은 생각이라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격실격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반기문이 지금이라도 확대해석이나 오해를 피하고 싶거든 '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이후 임명직이건 선출직이건 정부 직책을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대선출마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천명해야 한다.

관훈클럽에서 한 반기문의 발언 가운데 나를 정말 놀라게 만든 건 이른바 '김대중 전 대통령 동향 보고'논란에 대한 입장이었다. 반기문은 "언론의 비판을 보면서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한다", "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정부 고급 귀빈들이 많이 오니까 제가 거의 명예 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 "대학 신문에 난 것을 카피(복사)해 보냈고, 학생도 아니고 펠로우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어서 보고한 것뿐",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게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반 총장 "DJ 동향 보고? 기가 막히다" 논란 적극 해명)


한 마디만 하겠다. 김대중 동향 보고를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보고한 것"이라는 반기문씨! 당시 당신이 보고한 정부와 국가는 전두환의 다른 이름에 불과합니다.